쌀 1천kg·라면 100박스 기부

〔중부매일 모석봉 기자〕 28일 오전 금빛시장 청년몰 입구. 시장 상인들과 금산군청 공무원들 사이로 쌀과 라면이 쌓여 있다. 금빛시장 상인들이 1년 동안 폐지를 주워 마련한 수익금으로 장만한 물건들이다. 이날 상인들은 쌀 1천㎏과 라면 100박스를 금산군에 전달했다. "정말 뿌듯해요" 1년 동안 함께 폐지를 주운 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로 장사도 안되는 상황에서 시장에는 자본이 없고 모금을 하면 빈약하게 걷히고 그렇다고 지원을 줄일 수도 없어서 폐지 줍기를 제안했어요"

충남 금산군 금산읍 금빛시장상인회 황보성 상무이사의 말이다. 가뜩이나 인적이 드문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코로나19의 파고는 높았다.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시장에 한기가 돈 적도 없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더 어려운 사람들이 떠올랐다.

"상무님 차가 다 망가졌어요. 9인승 승용차 의자를 뜯고 저녁때 금산 읍내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웠어요. 폐지 줍는 분들이 가져가고 남은 것들을 수습하다 보니 돈이 되는 것이나 안 되는 것이나 구분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다녀가면 거리가 깨끗해졌지요"

전해순 총무는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마음으로 폐지 줍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수익금 마련이 목적이었지만 날을 거듭할수록 돈이 되지 않는 물건들까지 줍게 됐다. 가게 문을 닫고 늦은 저녁에 시작되는 선행에는 기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폐지 줍기는 무더운 여름, 시린 겨울을 가리지 않았다. 폐지 줍기가 일상이 되자 밤낮 구분도 없어졌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주저 없이 뛰어나갔다. 박병종 상인회장은 몸이 고되고 마음이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상인들이 있어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정숙 이사님은 통닭을 튀기다가 나가기도 하고, 전해순 총무님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아놓고 나간 적도 있어요. 그래도 손님들은 불평 한마디가 없었어요. 최영진 친목회장님은 쌀 배달을 나가면서도 폐지를 주웠는걸요"

금빛시장 상인들의 폐지 줍기 선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음을 보태는 손길도 늘었다. 김민주 이사의 말이다.

"언젠가 가마실(군북면 내부리)에 들렀을 때 깡통을 모으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주민께서 깡통을 직접 수거해서 판 2만 원을 건네주셨어요. 2만 원어치 깡통을 모으기 위한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무척 고마웠어요. 저희에겐 200만 원보다 더 값진 돈이었죠."

5톤 트럭을 가득 채워도 손에 쥐어지는 건 7만 원 수준. 수익금은 더디게 모였지만 상인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화순 대표는 청춘을 다 바친 곳이 금빛시장이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민주 상인회 이사는 출산한 지 한 달 만에 가게를 시작,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아들을 키웠다. 시장이 키운 아들은 변호사가 되어 금산의 자랑이 됐다.

반찬 봉사 10년을 이어온 김민주 이사, 목욕 봉사 15년을 이어오고 있는 전해순 총무 등 상인들은 내 삶의 풍요에만 정성을 쏟지 않았다.

모두가 '쇠락'을 걱정하는 전통시장이지만 상인들은 삶을 지탱해준 금빛시장에 대한 고마움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으로 보답했다.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시장을 지켰던 상인들은 '삶의 터전'이면서 '꿈 공장'이었던 금빛시장이 금산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볕'이면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곁'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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