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정년퇴임을 앞둔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꿀맛 늦잠을 누리고 있는데, 얼마나 갈진 모르겠다. 마음이 편해서일까. 나 자신을 방임해서일까. 벌써 불규칙해지는 생활의 조짐이 엿보인다. 내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까. 꼼지락거리다가 잠잘 시간을 넘긴다. 내일 늦도록 자면서 수면을 보충한다 해도, 생체리듬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초췌한 하루일 것임을 안다.

늦은 밤은 평소 되돌아보지 못했던 젊은 날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첫 발령 시절부터의 38년이 주마등으로 떠오른다.

뿌듯함은 없고, 회한의 시간이 되는 상황이 슬프다. 타인에 의한 회한은 없다. 모두 내가 한 행동에 대한 회한이다. 교사로서, 학습지도에 최선을 다하였던가? 이 부분에서 가장 부끄럽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 후회된다. 나의 수업방식이 비난받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이 그렇다. 비난받지 않을 것만 염두에 두지 말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학습일까 고민했어야 했다. 노력을 할 수 있었는데, 적당히 안주했다는 것에 회한이 가장 크다.

생활지도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기획하고 실천하여 모범사례로 표창도 받고,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 부분에서도 회한은 있다. 내가 좋아했던 학생과 마뜩하게 여기지 않았던 학생이 또렷하게 떠오름은, 학생과의 관계에서 나는 실패한 것이다. 편견과 감정이 실린 언행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칭찬과 설득과 또는 나무람에서, 학생을 똑같은 높이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편견과 감정이 생겨났다. 학생에게 의자를 내주고 마주 앉도록 한 후, 먼저 학생의 말을 충분히 듣기만 했더라도 이 같은 후회의 시발점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나는 출근할 수 없다. 지나고 난 깨달음으로 인한 회한의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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