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 큰 행복
작은 배려, 큰 행복
  • 중부매일
  • 승인 2022.01.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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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 손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됐다. 아침에 현관을 나서는 손자는 그래도 오늘이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날이라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빛이 얼굴에 돌았다. 물론 한편으로는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길목에 선지라 나름대로 마음이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헤어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서운한 빛이 역력했다. 전날에도 학교에서 각자 자신의 물품을 정리하고 집으로 가져왔다며 교과서와 실래화 등을 가지런히 제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을 보면 그 마음을 알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이 녀석들은 지난해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하며 교육과정을 마친 녀석들이다. 어려운 과정 속에서 오늘 졸업장을 받고 정든 교문을 나서야 한다고 하니 왜 아니 섭섭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욱 가슴아픈 것은 오늘의 졸업식에는 부모님이나 친지들도 교문에 들어갈 수 없는 온라인 졸업식, 다시말해 유튜브로 졸업식 장면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글쎄, 코로나가 이처럼 졸업식에서도 자녀와 부모님,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서로 대면해서 애뜻한 정마저 나눌 수 없다고 하니 코로나가 얄밉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손자녀석도 "하지, 오늘 학교에 안오셔도 돼요, 유튜브를 보시면 돼요"하면서 학교에 갔다. 아빠와 엄마는 직장으로 출근하면서 "지윤아, 졸업 축하해"하며 현관을 나섰다.

얼마후 나는 옷을 갈아입고 그래도 학교근처에 가서 유튜브를 차 안에서 보고 졸업식이 끝나면 교뮨에서라도 졸업하는 손자를 맞아야 하겠다하고 차를 몰고 학교에 도착했다. 아니, 그런데 큰일 났다. 아무리 코로나이지만 교문에 몇분은 꽃을 팔겠지 하고 학교에 도착했는데 웬걸 꽃을 파는 분이 한분도 계시지 않았다. 참, 당황스러웠다. 아참, 이럴 줄 알았으면 시내에서 아예 화원에서 꽃을 사가지고 올걸, 후회가 가슴을 누른다. 이제는 너무 늦어서 꽃을 살러 갈 수도 없고 하는 수없이 졸업식 후에 교문을 나서는 손자 녀석한테는 무척 미안하지만 그녀석을 힘껏 안아주고 그간 수고했어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하지가 점심을 맛있는 거 꼭 사 줄게 하며 손자를 달래주기로 했다. 더욱이 미안 것은 몇몇 부모님들은 시내에서 꽃을 준비해 분들도 있었다.

얼마후 교문을 나오는 손자녀석을 보며 "지윤아, 졸업을 축하해"하며 안아주었다. "하지, 고마워요"한다. "그래도 6년간 다녔던 학교인데 하지랑 교정에서 졸업장과 상장을 들고 사진한장은 남겨야 되지 않을까? 훗날에 그래도 영원한 추억의 사진일텐데 말이야"하며 같이 들어가자 하니 그녀석도 "그래요, 뭐"하며 우리는 교정을 다시 찾았다. 거의 학생들이 나간 후라 교정은 금새 조용하고 바람만 옷깃을 스치곤 했다. 그레도 나와 손자는 차안에서 내려 정든 교정을 배경으로 지윤아, 상장과 졸업장을 들고 "하지를 바라봐, 웃어 봐"하니 그 녀석은 제법 포즈를 취하였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심 미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꽃을 준비해 올걸 말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이렇게 사진을 찍고 차에 오르려고 하는 데 뒤 차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아주머니 한분이 우리를 보자 "지윤아, 졸업을 축하해, 할아버지셔요? 제가 할아버지와 지윤이랑 함께 사진을 찍어드릴께요"하신다. 그러면서 차안에서 준비한 예쁜 꽃다발을 가지고 오셔서 지윤이에게 주며 졸업장과 상장을 펴고 할아버지랑 사진을 찍자하신다. 우리는 그분덕분에 예쁜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졸업장과 상장을 펼치고 사진을 잘 찍었다. 그러면서 그분은 "지윤이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 학생이었지, 졸업을 축하해, 할아버지도 안녕히 가세요"하며 인사를 하시고 가신다. 우리도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영원한 추억의 사진이 될 것입니다." 나 또한 정중하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다. 차안에서 손자에게 물어보니 총어린이회장 어머니라고 한다. 그래 나는 다시 그 차를 찾아가 다시 인사를 했다. "어머니, 유튜브로 졸업식을 보았는데 총어린이 회장이 답사를 잘 하던데요, 잘 키우셨습니다. 큰일 하겠어요"하며 인사를 드리고 떠나왔다.

오늘따라 작은 배려가 더 큰 행복을 낳는다는 그 말이 가슴에 깊게 저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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