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사회경제부

"전혀 의심이 없었죠. 정말 친한 언니의 소개로 믿고 투자를 한 것인데요." 청주지역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기획부동산 관련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취재원으로부터 듣게된 황당한 한마디다.

기획부동산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인의 권유'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친한 지인의 소개로 텔레마케터 등 영업직으로 부동산 관련 회사에 입사를 했다. 이후 회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개발 이슈'를 앞세워 특별히 먼저 기회를 준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를 권유했다. 거절 할 수 있었으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계약을 성사시킬 경우 특별성과급을 준다는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하면서 실적이 없을 경우 큰 불이익을 주겠다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적에 압박을 느낀 직원 대부분이 반강제적으로 계약을 채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 학연·혈연·지연 등을 총동원하면서 '다단계' 방식처럼 범위를 확대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들 대부분이 이 땅들에 대한 '개발 이슈'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내년이라도 개발이 이뤄질 것처럼 직원들을 교육했고 직원들 역시 이를 확신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땅에 현장답사를 가본 투자자들도 손에 꼽았다. 당장 지역에서 거주했던 직원들 조차도 이곳을 찾지 않았을 정도다. 이중 일부는 금액도 크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년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회사는 폐업하면서 책임을 따질 당사자들도 사라졌다. 처음 입사를 권유한 지인은 물론 당시 직원들 모두가 기약없는 개발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완종 경제부
이완종 사회경제부

청주는 최근까지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최종부지 선정 및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 잇단 개발호재로 수 년전부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수 십년째 방치됐던 땅들이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는 등 기현상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유없는 호재는 없다. 이미 기획부동산의 청정지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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