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옥산 제지공장 이동관로 파손 누출
시, 시준 초과 시 과태료 부과 계획

하천 둑 위로 제지공장 폐수가 누출돼 흥건한 모습 /박상철
하천 둑 위로 제지공장 폐수가 누출돼 흥건한 모습 /박상철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청주시 옥산 소재 한 제지공장 폐수가 용두천 지류로 누출돼 인근 양봉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폐수가 근처 하천으로 흘러 들어 이를 마신 꿀벌 떼죽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농가는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보고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29일 만난 제보자 A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공장 폐수 관로가 묻힌 둑에서 폐수가 새어 나와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업체에 알렸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꿀벌이 주로 이 하천 물을 먹고 크는데 가장 번식이 왕성한 3~4월 오히려 떼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아먹기도 했지만, 올해는 전혀 보이지 않고 이끼만 가득하다"며 "사태가 심각해져 청주시에 민원을 넣었고 담당 공무원이 나와 하천 시료를 채취한 뒤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29일 제보자 A씨가 벌통을 살피고 있다. /박상철
지난 4월29일 제보자 A씨가 벌통을 살피고 있다. /박상철

실제 A씨 양봉농가 피해는 심각했다. 그가 시에 등록한 벌통 수는 지난해 기준 220통이다. 하지만 현재 50통만 남고 170통에 꿀벌이 죽었다고 한다. 보통 벌통 한 개에 사는 꿀벌 수는 약 1만5천 마리에서 2만 마리인 걸 감안하면 255만~340만 마리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A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져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우리 농가 꿀벌은 떼죽음으로 사체가 쌓여 있어 그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물론 꿀벌 사태에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타 양봉농가와 비교해도 꿀벌 수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하천 인근에서 양봉업을 하는 B씨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벌통 120통을 신고하고 양봉을 해왔지만 현재 17통만 남은 상황이다. B씨는 "지난 7년간 양봉업을 해왔지만 올해가 최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지난해 겨울 하천 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이 하천으로 흘러 드는 걸 목격했고 지금도 물이 둑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2월 하순부터 꿀벌 떼죽음이 시작돼 사체를 쓸어내고 쓸어내도 끝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부매일 취재 결과 A씨 민원에 청주시 환경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주 해당 공장을 방문한 뒤 구두 상 주의와 함께 하천 시료를 채취해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환경관리본부 관계자는 "4월 25일 시료를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로 5월 초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에 하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 누출이 확인된다면 과태료나 초과배출부과금 등 행정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A씨가 미리 떠놓은 하천 물 속 이끼를 보여주고 있다./박상철
제보자 A씨가 미리 떠놓은 하천 물 속 이끼를 보여주고 있다./박상철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난주 청주시에서 폐수로 1건 검사 의뢰가 들어왔는데 요청하는 측에서 비번을 부여해 의뢰하기 때문에 이번 폐수 누출 건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보통 결과는 검사 의뢰 항목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 통보 일자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제지공장은 제보자 심정은 이해 하지만 꿀벌 죽음 원인이 콕 집어 자사 폐수 누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장 관계자는 "공장에서 발생된 폐수는 모두 내부 정수장에서 완벽한 정화 과정을 거친 뒤 관로를 통해 인근 하천으로 배출되는 구조"라며 "배출되는 수질은 일반 하천 수질과 같은 수준인데 단지 이동하는 과정에 관로 연결 부위 크랙(Crack)으로 물이 둑으로 새어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4차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그때마다 바로 보수를 진행했다"며 "특히 4대강 사업 시작 이후 덤프트럭 차량 통행이 늘자 지반이 약화돼 관로에 충격이 전해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보자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이 한 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닌데 때마침 꿀벌이 죽었다는 이유로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다소 아쉬운 부분"며 "이유야 어떻든 민원이 제기된 만큼 즉시 보수 업체와 일정을 조율해 이번 주 내로 관로 수리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 본사를 둔 옥산 제지공장은 연면적 511만1천412㎡규모로 하루 평균 100여명 근로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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