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요즘은 물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 쇼핑을 많이 이용한다. 물품 가격도 저렴하고, 오전에 주문한 물품이 오후에 도착할 만큼 빠르고, 가게를 가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물품이 집까지 배달되어 편리하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만큼 택배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가끔 물품이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 배달되거나 늦게 배송되어 불편을 겪기도 한다. 배달 사고를 뜻밖에 당하게 되면 당혹스럽고 성가신 일로 마음이 불쾌해진다.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60대 초반의 여성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여성은 남편이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인기척이라도 감지되면 반려 견이 문 쪽으로 날렵하게 뛰어가 반응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깡충깡충 뛰어 오르며 격렬하게 반긴다고 했다. 반려 견의 열렬한 애정 표현에 남편도 폭풍 애정으로 화답한다고 했다. 남편이 반려 견에게 주는 애정과 사랑을 자신도 받고 싶은데 자신에게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남편이 얄밉다고 했다. 동석했던 여성들은 부인에게 전해져야하는 남편의 애정과 사랑이 반려 견에게 잘못 배달되어 많이 서운했겠다며 이구동성으로 공감을 표했다.

얼마 전에 만났던 E는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딸 방에 들어가 1시간 남짓 있다가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는 따뜻한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랭하게 투명인간 취급하는 남편이 딸에게는 애정을 듬뿍 담아 살갑게 대하는 태도가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E는 남편이 자신보다 더 딸과 정서적으로 친밀한 감정을 교감하는 느낌이 들어 속상하다고 했다. 남편이 딸에게 잘해주는 모습에 무의식적으로라도 질투심이 느껴질 때면 자신을 책망한다고 했다. E는 남편이 딸에게 주는 관심과 애정을 자신도 받고 싶다고 했다. E에게도 전해져야 하는 남편의 애정과 사랑이 딸에게만 잘못 배달되어 E의 마음에 외롭고 서운한 감정만 쌓이고 있음이 읽혀졌다.

지인 A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하루에도 몇 차례씩 통화한다고 했다. 아들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시급하거나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문제까지 시시콜콜 물어보고, 그럴 때마다 아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고 했다. 남편과 각방을 쓴지 오래 되었다는 A는 남편과는 데면데면하게 심리적인 거리를 두는 반면에 아들과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여행을 갈 때도 남편과 함께 가면 불편하고 싸움만 하게 되어 가급적이면 아들하고만 간다고 했다. A의 남편은 아내와 아들과의 삼각관계에서 소외당하고 있음이 두드러져 보였다. 남편에게도 전해져야 하는 A의 애정과 사랑이 아들에게만 잘못 배달되어 남편의 마음이 서럽고 외롭겠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 성향이 다르고, 어릴 적에 양육자와 맺었던 관계 방식도 다르다. 관계를 맺을 때와 소통할 때 사람마다 구사하는 마음의 언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살면서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사람 간에 마음의 배달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되고, 관계의 갈등을 겪게 된다. 심리상담사 우즈홍은 "가정에서 최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제1의 법칙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가 아니라 부부 관계다. 배우자가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이고, 가장 중요한 정신적 지주임을 인식하고 배우자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부부 관계를 뛰어넘을 만큼 자식에게 연연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마음의 배달 사고로 입게 된 상처는 오래가고 회복되는 시간도 길다. 마음을 나눌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할 때 관계와 삶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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