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도청 주차장… 주택가·도로는 '주차 전쟁터'
셔틀버스 이용자 고작 20여명… 김 지사 "합의 이끌 것"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9시께 도청 인근 공영주차장이 꽉 차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9시께 도청 인근 공영주차장이 꽉 차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장병갑·이재규 기자] '차 없는 도청' 시범운영 첫날인 8일 도청 본관 앞 주차장 등은 차량 통제로 텅 비어있는 모습었다.

반면 도청 인근 주택가 골목길 및 이면도로, 인근 공영 주차장 등은 평소와 달리 이른 아침부터 차량이 즐비해 대조를 이뤘다.

자신의 집 앞에 주차된 차량으로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구상하는 '차 없는 도청'실현이 시험대에 올랐다.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도청에서 김영환 도지사가 텅 빈 주차장을 걸어가고 있다. /김명년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도청에서 김영환 도지사가 텅 빈 주차장을 걸어가고 있다. /김명년

충북도는 이날 본청 직원 1천200여명이 차를 갖고 오지 않는 '차 없는 청사'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도는 이날 전체 377면의 주차 공간 중 106면만 개방했다.

민원인과 장애인·임신부 직원은 신관 뒤와 농협 옆 공간에 차를 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청사 본관 앞, 서관 앞뒤, 동관 앞뒤 등의 주차장을 통제하며 도청 서문에서 청원경찰이 출입차량 방문 목적을 확인했다.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도청 앞에서 직원들이 택시에서 내리고 있다. /김명년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도청 앞에서 직원들이 택시에서 내리고 있다. /김명년


차를 갖고 출근하지 못한 도청 직원들은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자신의 차로 출근할 때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돼 평소보다 빨리 집을 나왔지만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A공무원은 "평소 출근 시간이 20~25분 정도였다"며 "오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50분은 족히 걸린 거 같다"고 말했다.

도 본청이 소유한 버스 3대와 농업기술원·보건환경연구원·청남대·자치연수원 소유 버스를 출·퇴근용 셔틀버스로 투입했다.

산하기관 버스 4대는 본청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청주상공회의소, 대현지하상가, 도청 서문 맞은편 등 도청 인근도 운행하도록 했다.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9시께 도청 서문 앞에서 한 직원이 통근버스에서 내려 뛰어가고 있다. /김명년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9시께 도청 서문 앞에서 한 직원이 통근버스에서 내려 뛰어가고 있다. /김명년

그러나 첫날 셔틀버스 이용은 저조했다.

기존 출근 시간보다 셔틀버스 운행 시간이 늦어 이용자는 김영환 지사를 포함해 20여명에 그쳤다.

B공무원은 "시범운영 첫날이라 셔틀버스를 이용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내일은 이용하지 않을 거 같다"고 밝혔다.

여성 공무원 C씨는 아이들이 방학 기간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차 없는 도청이 추진되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기 때문에 C씨는 차량 이용이 꼭 필요하다.

C씨는 "시범운영 기간에는 어쨌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할 수 있지만, 아이들 등원 등으로 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가피하게 차를 가지고 와야 하는 원거리 거주자 등은 유료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거나 도청 인근에 차를 댈만한 한적한 골목을 찾느라 분주했다.

배우자의 도움을 출근하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도청에서 김영환 도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명년
 '차 없는 충북도청' 시행 첫날인 8일 도청에서 김영환 도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명년

김영환 지사도 이날 셔틀버스 1호차를 이용해 출근, 8시5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도청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제가 출근하며 이용한 차량만 확인해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문제점을 들어보고 일주일간 시행한 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 또는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불편해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잘 설득하고 합의해서 도청을 문화공간으로, 도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충북도공무원노동조합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 시사는 "제일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공무원노조의 태도로 이 문제에 대해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곳이 노조라고 생각해 출근 첫날부터 노조와 상의하고 노조사무실을 방문하고 회의할 때도 제 옆자리에 앉았다"며 "논의를 이렇게 충분히 했음에도 마치 준비가 없었던 것처럼 성명을 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충북도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4일 내부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리고 '차 없는 도청' 시범 운영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지사는 도청을 차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도민들이 문화예술 공간, 휴게 공간, 관광·체험공간으로 도청을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정원 등과 연계해 도청 내부를 프리마켓, 야외전시장 등 복합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차 없는 도청'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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