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종업 기(氣)박사·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

아주 오래전, 인도 북부의 갠지스 강 유역에 한무리의 유목민들이 나타났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아리안 족이라고 이름붙인 눈알이 파랗고 피부가 하얀, 기골이 장대한 그들은 현지 주민들을 제압하고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주민들을 부리기 위해서 특정한 사상체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존재와 우주의 질서를 종교로 발전시켜 주민등을 통제합니다. 이른바 브라만 교입니다. 유목민들의 관점에서 가축들의 생존은 풀이 있어야 하고 풀을 자라게 하는 것은 바람과 구름과 비, 그리고 태양입니다. 이 천지 자연을 움직이게 하는 근본되는 하늘을 브라만이라고 했습니다. 브라만이 나중에 이름을 여러번 바꿔 오늘의 종교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불교로 이름을 달리하여 계승하게 되는데, 유명한 가르침의 모음집이 수타니 파타라는 말씀 모음집입니다. 어느 소설가의 제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이 경전의 끄트머리에 항상 후렴구로 붙여진 말입니다. 200여개 정도 되는 간단하고 쉬운 말로 가르친 브라만의 교육은 지금 읽어도 위대한 철학입니다. 쉬우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다양한 것이 경전은 이렇게 쓰여져야 한다는 모범 답안지 같습니다. 그 중에서 삶의 지혜, 자세를 가르치는 말 하나 소개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같이 혼자서 가라."

여기서 그물의 개념이 중요합니다.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으려는 마음이 그물이고 내가 원하는 가치, 목표가 그물입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승진하고 진급해야 한다, 권력을 가져 남들위에 우뚝 서야한다 등등 삶의 필요충분조건 모든 것이 그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 그물을 만드는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살아갑니다. 스스로가 만든 그물로 자신을 옭죄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돈은 어느정돗가 있어야 한다, 승진은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등등 자신만의 목표가 바로 그물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굳어지면 습이되어 자신만의 운명을 만들어 나갑니다. 결국 그 그물의 옥죄임이 어느정도의 강도를 가지느냐 하는 것도 자신만의 운명입니다. 나중에 부처는 이러한 가르침을 계승 발전하여 굳어진 그물을 벗겨내는 작업을 수행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얼마전에 어느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나온 재미있는 그물벗기 제목이 있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것인데, 일상생활에 있어서 나를 구속하는 모든 사소한 일들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나간 것인데 아주 흥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연출가로부터 직접 들었었는데, 이제 인간의 영성이 점점 업그레이드 되다 보니까 이런 드라마도 인기가 있더라는 말이었습니다. 드디어 인류의식이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확신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물에 대비되는 대 자유를 바람이라고 한 구절이 철학적 사유를 더 깊이있게 해 줍니다.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흐름, 존재를 인식하게 해 주는 흐름을 바람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이는 원래 근본되는 하늘의 자리가 세상으로 나왔을 때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하느님, 불성, 알라라는 다른 이름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근본되는 곳이란 의미이죠. 그물을 만들어 내는 근본되는 자리가 그물을 직접 만들었으니,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 또한 근본자리이다 라는 게 이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김종업 기(氣)박사·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
김종업 기(氣)박사·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

근래들어 세상의 뉴스를 차지하는 것들이 모든 그물의 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값, 세금, 검찰과 경찰, 농성과 해산 등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들만의 그물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그 구속력이 얼마나 굳어지는지 모르고 그저 행하고 있습니다. 제복입은 자들이 집단행동하지 않나, 소수의 몇 명이 대다수의 밥그릇을 저당잡지 않나 ...어리석음의 표현이 바로 그물입니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그물은 그 바람이 지나가도록 벗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것 역시 대자유의 본성을 가진 내가 하면 됩니다. 나는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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