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개정된 교육공무원법(24조 3항)에 따라 국립대는 총장 선출 시 전체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투표 참여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이 개정법은 그동안 교원 위주로 진행해 오던 총장 선출을 교원 뿐 아니라 직원, 학생과도 합의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대학 운영의 민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따라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 시행으로 총장 선출을 앞둔 각 국립대마다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으며 대학 내 민주주의 정착을 기대했던 당초 취지도 색이 바래고 있다.

당장 충북지역만 보더라도 국립대인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가 총장 선출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충북대는 지난달 1일 김수갑 전 총장이 사퇴했지만 지금까지 50여 일이 지나도록 투표참여비율을 놓고 구성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투표 참여비율을 결정하지 못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대학의 장의 임용)의 5항에는 '대학의 장의 임기가 끝난 후 3개월 이내에 해당 대학이 대학의 장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대학의 장은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충북대는 다음달 중에도 총장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이 관선 총장을 임명할 수도 있다.

충북대에 앞서 전임 총장의 임기가 만료된 한국교통대학교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교통대는 지난 6월 14일 박준훈 전 총장이 퇴임해 이미 총장 선출 기한인 3개월을 이미 넘겼지만 구성원들 간 합의 불발로 투표 참여비율마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대학은 성기태 전 총장이 중재자로 나서 투표참여비율을 제시, 이를 놓고 전체 교원과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실시해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교원과 직원 모두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교수회와 직원회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재에 대한 무용론까지 대두되자 성 전 총장마저 중재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이 대학은 이미 총장 선출 기한을 넘겨 대통령이 관선 총장을 임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는 점이다.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각 구성주체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한치 양보없는 싸움에 나설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다.

이 때문에 대학 내부에서는 "정부가 곤란한 상황을 대학으로 떠넘겼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또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이 대학 내 민주주의보다는 갈등 유발의 주범"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있다.

교육부는 현재의 상황을 대학 내부의 일로 치부하고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충청권 4년제 대학의 2023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지 않아도 위기에 처한 대학들에게 총장선거까지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각 대학 전 구성원들도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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