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장

작년 초 사무실 위치가 바뀌면서 편도 80Km에 달하는 장거리 출퇴근이 시작되었다. 점점 치솟는 유가까지 더해지면서 매달 주유비가 백만원에 육박한다. 이참에 전기차로 바꾸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생긴다. 주변에서는 '비용도 줄고 환경도 생각하는 개념 소비'라 적극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이나면 끄지도 못한다던데' 하면서 말리는 축도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최근 전기차 보급이 30만대를 넘어섰다. 그만큼 관련 사고나 화재 발생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건수는 69건인데 작년 23건, 올해는 9월 현재 이미 24건으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화재원인은 주로 배터리 관련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격을 받거나 충전 과정에 과도한 전류가 유입되는 등 경우도 다양하다.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폭발하듯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고 특히 배터리에서는 온도가 1천 도를 웃도는 열폭주 현상이 진행되어 차량 전체로 2차 화재가 번지게 되어 진화가 어렵다. 내연기관 차량이 100년 이상 화재 진압의 노하우가 형성된 것과는 다르게 전기차 도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장비도입도 충분치 않으며, 현재로서는 사실상 차량이 모두 타버리기 전에는 별다른 진화 조치를 할 수가 없다는 우려도 크다.

이에 각국에서는 배터리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진화법을 도입하고 있다. 차체를 수조에 넣어버리는 방식이나 차를 소화포로 덮고 내부에 물과 약제를 분사하는 질식소화 방식도 활용된다. 이 경우라도 다량의 물이 필요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 발생한 세종시 차량화재에 이 질식소화포 방식이 효과를 본 일도 있었으나 초기 진화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전기차 화재에 통용된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에는 픽업트럭이나 상용차와 같은 큰 차량에 전기차가 도입되고 있는데 막대한 양의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화재의 크기도 그만큼 커진다. 화재 발생 장소가 지하주차장이나 선박에 적재된 차량들이라고 한다면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현재의 화재 대응은 추가 피해를 막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진화의 어려움이라는 문제 뿐만아니라 이렇게 다 타버리기 때문에 화재의 원인조사에도 난맥이 존재한다. 최초 발화점 또는 문제된 부품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각종의 프로그램 오류나 제조 공정 불량 등을 추측할 뿐 어떤 부품과 연유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지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전기결함, 부주의로 귀결되고 만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장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장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단편적 대응에만 머물수는 없다. 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제조사와 정부의 협업을 통해 진화 매뉴얼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안전규제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시각이 있다. 내연기관차량 보다 사고 발생건수가 현저히 낮음에도 과도하게 부정적 불안감을 양산해서는 안되고, 그로인해 새로운 미래먹거리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후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새로운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책임성을 강화해주는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라는 정책추진이 균형감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진압대책과 안전확보 기술 도입, 전기차 화재 원인과 대응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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