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인권 기반 사회복지'라는 표현이 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는 과거 물질적 경제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혜적으로 적용되었다. 또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내용 또한 의식주 해결에 초점을 둔 기본적 욕구의 해결에 그치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인권 기반 사회복지는 단순한 시혜적 성격의 개입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원리 중에 하나인 「보조(補助)성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측면이 있어 인권 기반 사회복지 또한 그 개념이 뚜렷하지 않게 이해되기도 한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단순히 자신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우리가 인권을 말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전제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인간 존엄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성, 인종, 종교 등 UN이 말하고 있는 19가지의 차별의 영역을 뛰어 넘어 그 존재만으로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지 못한다면 동시에 나의 존엄성에 대한 당위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는 연대적 의미는 전세계 80여억명 개체(個體)의 존엄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다양성의 가치를 함께 강조한다.

사회적 합의에 의해 구성원간의 양보와 타협이 존재하겠지만, 인권을 말하는 국가와 특히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그만큼 구성원들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하지만 일부 국가 사회복지 정책 안에서는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배제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요즘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이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의 유형은 15가지이다. 각 장애의 유형에 따라 일상생활의 수행능력이나 자신의 의견에 대한 표현의 정도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참여도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의 다양한 스팩트럼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탈시설 정책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사회복지 시설은 탈출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한 지역사회의 자립과 독립된 생활은 더 큰 학대와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언어적 표현의 다름이나 상황적 판단의 위험성, 낮은 일상생활수행능력 등으로 인해 국가가 말하는 장애인 정책이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인권성장의 전제조건이다.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보다 촘촘한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장애를 지닌 분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복지 영역 안에서의 인권 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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