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국가·공공기관 국제사회 위기대응 역량강화 앞장"

청주출신 고규창(59) 유엔(UN)거번넌스센터 원장은 지난달 1일 취임했다.

1989년 33회 행정고시 합격 후 지난 5월 9일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그가 새로운 출발을 한지 이달 말로 두 달여 된다.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은 공모 직으로, 임기는 3년이다.

유엔거번넌스센터는 유엔 사무국(Secretariat) 직속 경제사회처(DESA, 데사) 산하의 국제기구로, 인천 송도에 있고 유엔 직원과 기획재정부·행안부 국장 등 20여명이 근무한다.

고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엔거번넌스센터의 역할과 그의 각오, 계획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유엔거번넌스센터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일 인천 송도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유엔거번넌스센터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 고 원장은 부임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매일 유엔거번넌스센터로 출근해 뉴욕 UN본부와 수시로 영상회의를 하고, 시차가 있어 밤 10시(뉴욕 오전 9시)에도 업무 관련 회의를 한다.

그는 지난달 6일 유엔 경제사회처·한국지방행정연구원 포럼, 같은 달 13일에는 국제의원연맹(IPU)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를 주관했다.

이어 이달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회의에 참석했고, 내달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고 원장에게 유엔거번넌스센터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5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전 세계적 목표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도 부름)달성을 위한 공공 거버넌스(민관협력) 강화를 위해 2006년 설립됐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제사회 합의목표를 국가정부 수준의 제도, 전략,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이행하기 위한 공공행정역량 강화 기능(디지털 거버넌스 구축 등)을 수행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세계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군소 도서개발국, 중간 소득국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이 지난달 26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유엔거번넌스센터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이 지난달 26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유엔거번넌스센터

임기 중 역할과 계획이 궁금했다.

고 원장은 "인류사회에 닥친 기후변화, 빈곤, 격차, 재난 등을 극복하기 위한 지역, 국가, 공공기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과 정책분석, 교육훈련, 디지털 기술적용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고 원장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1990년 내무부 사무관으로 시작, 고향 충북도청을 거쳐 행정자치부, 청와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차관까지의 공직생활이 유엔 기구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책결정 기구인 국무회의 관장부처 차관으로서 일주일에 평균 10개의 국정운영 관련 회의에 참여하면서 국가운영을 총체적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과거를 잘 알고 미래를 늘 대비했던 차관'으로 정평이 났던 그는 언제 어디서든지 조직과 직원 장악력이 높아 성과를 잘 낸 공직자로 인정받았다.

이로인해 세종 관가에서 '국정을 잘 종합했던 차관'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에게 차관 시절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고 했다.

고 원장은 "전 국민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 기반을 마련한 것, 아울러 자치분권 2.0 제도 완성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두 차례 총 25조원을 지급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던 2020년 14조원과 차관이던 2021년 11조원을 지급했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전 국민에게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이 지난 5월 행정안전부 차관에서 물러나면서 행안부 직원들로부터 받은 편지/유엔거번넌스센터
고규창 유엔거번넌스센터 원장이 지난 5월 행정안전부 차관에서 물러나면서 행안부 직원들로부터 받은 편지/유엔거번넌스센터

고 원장은 "화가는 그림을 남기지만 공무원들은 A4용지에 작품을 남기는 사람들"이라면서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은 공무원들이 큰 아트(예술)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그는 "특히 자치단체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전환된 자치분권 2.0이 제도적으로 완성돼 자치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면서 "매일 국회를 방문, 법안 필요성을 설득해 후속 입법을 추진했고, 자치단체와 논의해 관계부처를 설득하고 특례도 지속적으로 발굴했다"고 말했다. 이후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고, 10여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와 각종 특례도 발굴했다.

아울러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시행했고, 차세대 지방재정시스템과 차세대 지방세입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그는 "쉼 없이 즐겁게 추진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지 않도록 스스로 담금질을 했다"고 소개했다.

충북의 발전방안도 질문했다.

고 원장은 "우리는 할 수 있다. 충북이니까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니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과거는 잘 알 수 있지만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의지와 역량에 따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끝으로 "정무직 차관으로서 보는 안목은 기존의 공무원 관료 때와는 달랐다"면서 "이제는 더 넓게 세계를 위해 일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고향 발전을 위해 더 힘 있게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 고규창 원장은

-1964년 청주 출생
-청주고·서울대(사회복지학 학사, 행정학 석사)·경희대(행정학 박사)·제33회 행정고시 합격(1989년)
-충북도 기획관리실장·행정부지사
-대통령비서실 의전행정관·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정책국장·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장
-행정안전부 제도총괄과장·자치제도정책관·지방행정정책관·지방재정경제실장·기획조정실장·차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