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손엔 거기서만 살 수 있다는 빵이 들려있었다. 3일 전 예약을 해야 살 수 있다는 그 샌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있었는데도 흰 천으로 가리고 다시 기계를 가동한 그 회사의 빵이었다. 같이 간 동행들도 모두 빵을 구입한 터라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예약 전과 후의 마음이 아주 달랐다.

나 한 사람 그 회사의 빵을 먹지 않는다고 큰일이야 벌어지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게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회사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벌써 은둔하던 경영진이 공개사과를 하는 등 여러 조치가 행해졌지만, 이후에도 사건 사고가 계속되면서 회사 이미지는 더 나빠지고 있는 듯하다.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는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영리 조직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최근의 경향은 윤리성에 입각한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리경영, ESG 경영 등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이러한 맥락을 잘 보여준다. 윤리경영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미국 엔론(Enron)사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리 멀리 보지 않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던 아동복지시설이 폐쇄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윤리경영은 공공기관의 모델 개발을 시작으로 비교적 많은 부분 진행되어 오고 있다. 사회복지 기관과 같은 비영리 조직에서도 그동안 사회복지사 개인 차원에서 윤리적 실천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경영의 입장에서 윤리를 표방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윤리는 존중, 선행, 공정, 정의, 권리, 선, 행복, 의무 등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와 결합 되어 있고 윤리경영이 원래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의한 투명경영,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맥락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비영리 기관도 기관운영에서의 윤리적 고려가 필요해졌다.

최근에는 '혼쭐'을 빗대어 윤리적 실천을 하는 회사나 가게에 '돈쭐'을 내주자는 움직임도 있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착한 일을 한 가게의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일시적일 수는 있겠으나 사회가 윤리적 실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공헌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해서 당장 기업의 이익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를 요구하는 사회환경에 대해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회환경의 변화에 대한 윤리적 대응은 나쁜 관습을 확 바꾸어버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 기술의 발달로 전에 없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실행되고 비밀보장, 디지털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기존에 우리가 알던 윤리 원칙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할 필요를 높인다.

사회복지실천에서 윤리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은 사회복지사가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내리는 결정이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리적 실천, 윤리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권리는 침해되고 배제될 것이다. 그래서 윤리적 결정과 가치판단에 따라 일을 결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갈등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개입이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옳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사들었던 샌드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서 그 회사가 회복될 때까지 다시는 제품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지만 그 회사에 고용된 수많은 근로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하필 그 빵 이름이 '마음'인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아, 어디서나 마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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