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의 승리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달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1.8% 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내년 1월 1일 취임하는 그의 임기는 4년이다.

그와 그의 당선이 세계적 관심을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노동자 출신인 그가 1980년 군사독재정권하에 노조 파업을 주도한 좌파 대부이고, 1990년대 남미의 좌파 물결인 '핑크 타이드(Pink Tide)'를 일으킨 데다 이번 당선으로 이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남미는 멕시코(2018,12)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 주요 6개국에 좌파 성향 대통령이 집권하는 등 좌파 물결이 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미의 맹주국이자 경제 규모 세계 12위 브라질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미에 '핑크 타이드'의 부활이 확실시된 셈이다. '핑크 타이드'의 부활은 남미의 정치 형국은 물론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도 국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핑크 타이드'. '좌익화(turn to the left)'라고도 한다. 1990년 후반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에서 벗어난 남미 민주주의 국가들이 좌익 정부로 전환하는 경향을 묘사한 용어다. 남미에서 온건 좌파 정부가 도미노 현상처럼 들어서는 정치적 상황을 일컫는다. 뉴욕타임스 남미지국장 래리 로터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2004년 우루과이 대통령 바스케스를 'red'가 아닌 'pink'로 표현했다. 바스케스가 우루과이 역사상 최초 좌파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가 왜 좌파 대통령에 대해 'red' 대신 'pink'로 표현했을까? 전자가 공산주의, 후자가 온건한 사회주의 상징이라는 점에서다.

남미에서 최초 온건 사회주의 국가는 1999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다. 이때부터 2014년까지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이 좌파였다. '핑크 타이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국가가 아닌 대중이 주체가 되고, 국가보다 사회를 우선하는 '핑크 타이드'는 선심성 복지, 포퓔리슴 등으로 좌초하기 시작했다. 2013년 차베스 사망과 2016년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핑크 타이드'는 썰물이 됐다.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 등에서 우파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게다가 12개국의 남미연합(Unasur)을 결성해 '남미에서 가장 성공적 사회주의 지도자'라 불리는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도 14년 권좌에서 쫓겨났다.

'핑크 타이드'가 밀물이 되어 돌아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천정부지의 고물가 등으로 많은 중남미 국민이 경제를 살리지 못한 우파 정권에 등을 돌리면서 좌파 정당의 사회 복지 공약을 선호하고 있다."라고 외신들은 '핑크 타이드' 부활을 분석했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매표(買票) 성격이 강한 선심성 복지가 만연한 우리에게 남미의 '핑크 타이드'는 '강 건너 불구경(隔岸觀火)'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쟁이 극에 달해 진영 무게에 따라 정권 부침이 반복하는 우리 정치 현실은 남미를 닮았다. 그만큼 우리 정치는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뮐쎄.'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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