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은지 문화부장

"언젠간 우리나라 영화가 이 헐리우드 영화를 상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는 그런 생각만해도 가슴벅차는 공상과학 만화같은 일이요. (중략) 나는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해. 아니 그런 날이 오면 우리나라 가수가 '빌보드 핫 100 1위'라도 하게? 알어알어. 내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 진출'같은 소리같은 한 거. 꿈도 못꿔? 꿈은 이루어진다. 몰라?"

최근 주 3회로 파격 편성으로 JT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재벌집 막내아들 3화'에 나오는 대사다.

1996년 뉴욕 필름마켓을 방문하던 중, 주인공 진도준의 형인 진형준이 한국문화의 위상에 대해 '꿈은 이루어진다'며 바람을 이야기 하는 대목인데, 흘려듣기엔 귀한 한 줄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부터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2021년 영화 '미나리'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0년 9월 5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현재 한국문화의 위상은 20여년전과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이달에 청주에서는 꽤 인상깊은 무대가 눈에 띈다. 청주시립합창단 제125회 기획공연 '청주를 노래하다'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도시센터의 '청주아리랑' 무대다.

대청호, 상당산성, 초정행궁, 고인쇄박물관, 무심천, 명암호수, 우암산 등이 노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청주시립합창단의 열정적인 무대에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청주시민들이 너무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청주의 매력을 다시금 환기시킨 무대였다.

청주의 과거에 집중한 무대도 오는 30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3번째 무대로 관객들과 만나는 '청주아리랑'은 지역 최초로 지난 23일 제작보고회도 열었다.

일제강점기 중국 정암촌에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충청도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는 오페라로 탄생해 올해로 3년째 관객들과 마주한다.

타 시·도와 견줘볼 때 두 공연 모두 콘텐츠의 내용과 규모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어 보였다.

다만 다 된 밥에 음향이 문제랄까. 책자를 보지 않고는 노랫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아 알 수 없거나, 웅웅거리는 마이크 소리부터 삐 소리를 내며 음향사고가 난 제작보고회는 아쉽기만 하다.

박은지 문화부장
박은지 문화부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978년에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역사적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시설 노후화와 음향문제로 원성이 적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하니 이범석 청주시장도 예삿일로 넘길 대목은 아니다. 1979년에 준공한 구 예술문화회관(현 청주아트홀)이나 1995년에 준공한 청주예술의전당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2042년에 청주시민이자 문화시민이 돼 있을 지금의 어린이 관객들이 쾌적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공연장에서 무대를 만끽하는 꿈 정도는 꿀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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