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의 시간이 되었다. 언필칭 평화를 지향하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이다. 그러나 이게 어인 일인가. 러, 우의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돌연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격하고, 이란이 이라크를 공격한다. 월드컵의 함성과 단말마의 비명이 겨울의 숲과 열사의 사막을 동시에 뒤덮는다.

대부분의 나라가 국제는 물론 국내 상황이 날이 갈수록 복잡, 위험해지고 있다. 이제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가 아닌 기정사실로 주장하는 학자들도 등장한다. 국지 전쟁은 확산일로이고 러시아, 이란, 북한의 핵 위협과 상대국의 핵 보복 등으로 공멸의 상징인 핵이란 단어가 일상이 되었다. 또 다른 잠재적 전쟁요인이 슬그머니 나타나 목 밑에 칼을 겨누고 있다. 바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겁박하는 중국의 외교스타일이다. 중국의 외교부나 각국의 대사들이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 소위 '전랑외교'가 태풍의 눈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만인은 만인의 늑대'임을 공식화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강한 늑대가 되려고 한다.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까지 캐나다 수상 '트뤼'도를 공식석상에서 훈계하듯 나무라는 영상이 세계로 퍼졌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마오쩌둥'에 이어 '인간신'의 반열에 오른 자신감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그의 수하들과 정책은 더욱 맹렬한 공격성을 띨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맹수 같은 태도는 자신들만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공산당이 정책적으로 인민들을 중화사상으로 세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인구의 자아도취는 두꺼운 껍질이 되어 자신을 투명하게 되돌아보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예로부터 중화사상에 물 들은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다른 나라나 부족은 모두 오랑캐로 치부하고 성명, 장소 등도 경멸스럽게 바꾸어 놓기 일쑤였다. 세계를 제패한 '몽골'은 '몽고(蒙古)'로 표기하여 '옛 부터 꿈이나 꾸는 몽매한 부족'이란 뜻을 심어놓았다.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고추모' 대왕도 한자로 굳이 '주몽(朱蒙)'이라고 쓰니 같은 의도이다.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당 태종을 죽게 한 고구려의 걸출한 지도자 '연개소문(淵蓋蘇文)'을 '천개소문(賤蓋蘇文)'바꾸어 천한 존재로 격하시켰다. 발해의 대중상, 대조영을 도와 당나라에 항거한 거란족장 '이진충'과 그의 처남 '손만영'은 '이진멸'과 '손만참'으로 이름을 바꾸어 기록했다. 그들의 후손까지 멸절하고 베어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구당서'와 '신당서'는 대조영과 그의 아버지 대중상을 말갈인의 성인 걸(乞)씨를 붙이니 어김없이 '구걸 한다'는 뜻이다. 특히 대중상은 '걸'자를 중복하여 '걸걸중상(乞乞仲象)'이라고 이중으로 깎아 내렸다.

그들이 비웃는 발해(대진)는 얼마나 밝고 웅혼한 나라였는가! 고구려 패망 후 30년 만인 698년, 발해가 일어선다. 고구려의 옛 땅과 문물을 '다물(多勿)려 받기 위하여' 발해를 건국한 이는 고구려 유장 '대조영'이었다. 나라를 세운 대조영은 먼저 소실된 고구려의 역사서를 복원한다. 아들과 손자인 2세 황제 대무예와 3세 황제 대흠무는 정성을 다하여 그 정신을 이어 받는다. 서기 737년, 마침내 역사는 다음처럼 기록한다. "태자 '흠무'가 즉위하였다. 연호를 대흥이라 고치고, 도읍을 동경 용원부에서 상경용천부로 옮기셨다. 이듬해 태학을 세우고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치고, 한단고사의 옛 역사를 강론하시고, 또 학자들에게 국사 125권을 편찬하도록 명하셨다. 문치는 예악을 일으키시고, 무위는 여러 주변 족속을 복종시켰다. 이에 동방의 현묘지도가 백성들에게 흠뻑 젖어 들고 홍익인간의 교화는 만방에 미쳤다."

'발해'는 '밝은 해의 나라'로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비틀어진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은 서남공정, 서북공정, 동북공정, 나아가 지구공정이 될 수도 있다. 각지의 전쟁과 중국의 오만한 태도가 아니라도 인류가 해결해야 할 짐은 하나같이 어렵고 무겁다. 지구온난화, 인구폭발, 새로운 팬데믹의 연속발호 등 인류가 공멸할 이유는 매우 많다. 반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마치 병은 수백 가지이나 건강은 오직 하나인 것과도 같다.

서로 존중하며 이롭게 하는 인격의 힘은 대포의 성능보다 더욱 강력하고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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