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점주들에게 교육도 없이 진행하라 밀어부쳐 울며겨자먹기로 하고 있다. 외부에 공용 무인회수기 설치도 없어, 매장 내에서 컵 수거를 하다 보니 세척과 보관 등 일손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환경부가 지난 2일부터 세종·제주 지역에 시범 시행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현장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대부분 자영업자와 시민들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제도 도입에 동의하나, 시행 방법을 두고 문제를 삼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20년 전이다. 지난 2002년 도입했다 컵 회수율 저조를 이유로 폐지, 20년간 방치되다 지난 6월 10일 재도입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환경부의 '준비 미비'와 정치권 및 업계 반발로 유예해 12월 2일 세종·제주에 시범 시행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본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체계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일회용 컵 부착용 바코드 스티커(개당 6.99원), 카드 결제 수수료(신용카드 기준 최저 0.5%) 등 1잔당 약 17원의 추가 비용은 온전히 점주의 몫이며, 지난달 21일 환경부가 발표한 매장 외 일회용컵 반납처 확대, 보증금제 참여 매장 내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 지원 약속은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세종·제주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522개 매장(세종 173개, 제주 349개) 중 약 3분의 1이 제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제도 참여 거부 시 해당 매장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대량 주문 라벨지 2~300만원과 컵세척·회수에 동원되는 인건비 추가, 300원 커피값 인상으로 인한 고객 유치 손실 등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위변조 방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라벨지를 차가운 컵과 따뜻한 컵에 별도로 붙여 제공하는 정책 또한 점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매장 내 직원이 수작업으로 붙이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시, 300원의 컵은 고스란히 폐기된다. 때문에 점주들은 현재 시범 시행 제도가 현장을 모르고 내세운 무지몽매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정책은 이미 2년 전 도입됐다. 그간 현장조사와 정책준비 기간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준비 미흡을 이유로 더 이상 아마추어같은 정책을 펼쳐서는 지탄을 피해갈 수 없는 노릇. 수도권 업계 반발로 인해 세종·제주에 시범 시행을 강행했다면, 환경부는 최소한 점주들에게 미치는 경제적 불이익은 배제해야 한다. 올바른 취지로 시작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타당한 체계확립을 통해 조속히 자리 잡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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