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재가 발생한 진천소재 공장. /중부매일DB 
화재가 발생한 진천소재 공장. /중부매일DB 

현역 최고령 불조심 표어는 서울시 소방국이 1946년부터 사용한 '꺼진 불도 다시 보자'와 '너도 나도 불조심, 자나 깨나 불조심'이다.이들 표어는 강산이 7번이나 변한 오늘까지 76년 동안 '불조심 표어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두 표어를 조합해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로 활용하기도 한다. '깨끗한 부뚜막에 불이 안 난다'는 표어도 있었지만 현대식 부엌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다.

이듬해인 1947년에는 경성부 소방총사령부가 상금 500원을 내걸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불조심 표어와 포스터'를 공모했다.최초 불조심 표어 공모전이다. '불조심 내가 먼저', '불조심하고 오늘도 안면(安眠)', '불조심은 조선의 힘', '믿는 곳에 불이 난다', '불내고 원망 듣고 죄 받고' 등 5개가 선정됐다.1970년대부터는 해마다 불조심 표어와 포스터, 사진을 정기 공모해 활용하고 있다.

최근 소방당국이 불조심 표어 대명사인 '꺼진 불도 다시 보자'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2차 화재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도 산불 현장이 아닌 공장 화재에서 일어나 비난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번 2차 화재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졌다.그나마 인명 사고가 없어 다행이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9시40분께 충북 진천군 덕산읍 합목리 한 소스 제조업체에서 불이 났다.최초 신고는 공장 내에 설치된 자동화재속보기가 연기를 감지해 소방서 상황실에 자동 접수됐다.진천소방서 대원 40여 명과 차량 19대가 즉시 출동해 2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하고 잔불 여부까지 확인한 뒤 다음 날 오전 2시께 현장을 철수했다.소방서 관계자는 "완전 진화 후 잔화 정리를 한 시간 반 이상 실시하고 벽체와 천장 등을 열화상 측정기로 2∼3회 이상 체크한 결과 이상이 없어 상황을 종료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방대원이 철수한 후 1시간이 지난 오전 3시17분께 같은 건물에서 불이 다시 났다.이 불은 인접 공장으로 옮겨 붙는 등 1차 화재보다 더 크게 번졌다.공장 관계자로부터 화재 재발 신고를 접수한 소방서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충남도소방본부와 중앙119구조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소방당국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 동원해 3시간 만에 불을 다시 진화했지만 공장 2개 동과 기계 설비 등이 소실돼 피해액이 25억여 원으로 엄청나게 불어났다.호미로 막을 불을 가래로 막은 꼴이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패널 특성상 불씨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고 한 번만 더 확인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화재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불조심 표어가 국민이 아니라 소방관에게 더 필요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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