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국민들은 지금 정치권을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치킨 게임을 벌이는 이익 집단으로 정의한다.여야는 상대 정당을 선의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적으로 여긴다.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산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이 말 머리에 외치는 국민은 단지 생색내기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면피용 단어에 불과하다.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 '국민 팔이'를 그만 하라고 외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소 귀에 경 읽기' 식으로 무시한다.그들에게 국민은 선거 때만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선거 기간에만 고개를 숙이면 되는 망각의 동물(?)로 여길 뿐이다.

국민은 민생보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 행태에 진저리를 친다.유권자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기득권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 때가 되면 다 잊어 버린다.후보 능력과 도덕성 등 개인 검증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다. 그 이유는 단지 상대 후보가 속한 정당이 싫기 때문이다.결국 작금의 정치 폐단은 국민, 즉 유권자들이 자초한 것이다.정치인만 비판할 게 아니라 국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원로 정치인들은 무한 정쟁을 반복하는 정치 악순환을 당장 끊어야 한다고 충고한다.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가 살고 국민 삶이 안정되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여야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이태원 압사 사고, 대장동 사건 등 윤석열 정부의 핫 이슈로 등장한 사고와 사건의 진실 규명을 떠나 오늘도 상대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다.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생떼를 쓰고 고성과 막말을 쏟아낸다.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쥔 분(?)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충성심을 보여주는 가식적인 행동으로 보여 안쓰럽다.

실제로 최근 여야는 3고와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받는 민생을 외면하고 오로지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한 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여당인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벗어나서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반대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주도권을 유지하고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50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도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 2년간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맘대로 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의석 수를 앞세워 명분과 정당성 없이 법을 독단으로 통과시켰을 경우 국민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는 차기 총선이 끝나면 또 다시 2027년 대선 승리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정치인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라는 비아냥을 듣지만 애써 외면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정쟁만 일삼는 오늘의 정치 상황을 바로 잡을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현행 승자 독식인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개헌하면 정치 폐단을 다소 줄일 수 있다.하지만 여야 모두 말로만 필요성을 주장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1987년 현행 헌법 개헌 이후 수차례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대선 때마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의 셈법이 달라 모두 무산됐다. 거대 양당 체제도 다당 체제로 바꿔야 한다.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다당 체제 도입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가 시행됐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면서 양당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국민은 정치 개혁과 함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특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입장이 달라졌다.분명한 것은 '자진 월북이냐' '실족이냐' 중 하나는 진실이라는 것이다. 진실을 결국 밝혀진다.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정부와 여야는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키워드

#한기현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