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지난 6일, 고작 1㎝ 눈에 상상도 못할 출근길 대란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청주시의 제설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시가 내놓은 해명은 참담했다. 청주시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들은 책임회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체 매뉴얼을 발동시킨 듯 했다.

애꿎은 기상청 예보를 탓하는가 하면, 빙판길을 뚫고 구청으로 신속하게 오지 못한 굴삭기 핑계를 댔다. 주무부서인 청주시 재난관리팀을 중심으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변명이 쏟아졌다. 결국 1㎝ 눈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범석 청주시장이 다음날 고개를 숙였다.

청주 출근길 대란 사태는 '오전 7시부터 눈이 온다는데, 설마 6시부터 무슨 일 있겠어?', '많아야 1㎝라는데 별 일 있겠어?'라는 누군가의 안일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3차 우회도로에서 미끄러져 외벽을 들이받은 차량, 골목 언덕을 내려가다 옆 차선 차량과 충돌한 사고, 제동이 되지 않아 앞 차를 추돌한 차량.

1시간 30분이 걸린 출근길에서 기자가 목격한 교통사고다. 이날 출근시간 경찰에 접수된 청주지역 교통사고 신고는 40여 건. 경찰에 신고 되지 않은 교통사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같은 시간, 다수의 라디오 채널 진행자는 '창밖에 눈이 내린다'며 서울도심의 낭만적인 풍경을 전했다. 빙판길에 갇혀있던 수많은 청주시민들은 씁쓸한 마음으로 창문 너머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청주 출근길 대란 일주일이 지난 14일 청주시에 6㎝의 눈이 내렸다. 12월 청주시에 6㎝ 이상 눈이 내린 것은 7년만이다. 새벽시간 집중된 눈,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날씨는 도로를 얼어붙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 눈에 당했던 시는 전날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골목골목 제설차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은 다소 혼잡했지만, 대로변의 눈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였다. 출근하는 길 말끔하게 정리된 도로를 지나며 새벽부터 고생했을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신동빈 사회부 차장
신동빈 사회부 차장

재난관리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회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반면 책임을 다한 대응은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청주시민들은 눈이 올 때마다 12월 6일을 기억할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 진 만큼 청주시의 재난관리는 더욱 엄격하게 이뤄져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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