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올해 구글 트랜드(Google Trends)는 우리나라 최고 인기 검색어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치고,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사뿐히 넘어서 가장 많은 빈도 수를 차지한 것이 '기후변화' 검색이다. 검색어 연관성을 보면 '가뭄, 온실효과, 식량위기'를 주제로 '기후변화의 심각성, ipcc 6차 보고서, 기후변화 인포그래픽' 등이 등장한다. 아마도 최근의 물난리와 가뭄, 홍수, 그리고 파리 기후협약 이행점검 회의에 대한 관심도가 반영된 듯하다.

그러나 지난 한해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로 검색된 키워드의 양이 유독 4월에 집중된 것은 또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즉 지속적인 관심이 아니고 순간적인 검색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마도 4월 지구의 날 행사, 또는 그와 관련된 갖가지 이슈가 모여진 결과이지 않을 까 싶다. 관련해서 기사검색사이트 빅카인즈(Bigkinds)를 활용해 기후변화 관련 주요 키워드를 살펴본 결과 '지구 온난화, 유엔 기후변화 협약, 파리협정, 대통령, 2030탄소중립 비전 선포식,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이 관련 검색어로 등장한다. 역시 국제적 이슈, 현실적 문제, 정치권력, 아젠다 등이 총 망라된 주요한 이슈였음이 분명하다, 적어도 2022년 어느 날의 기후변화는.

그런데 우리가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고 재난에 버금가는 대응태세를 갖추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1972년 MIT공대생들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를 통해 개발과 환경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로부터 20년 후 개발과 환경에 관한 세계 정상회의를 통해 '21세기를 향한 행동계획'을 발표하기 까지, 그 과정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변화의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와 경고, 참여, 협력의 필요사항이 적시되었지만 그러한 경고문구가 이렇게 단 시간 내에 피부로 와 닿는 환경적 재앙으로, 경제적 불안요소로, 정치적 권력을 재편하는 도구로 쓰여질 것이라고는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비전으로 '지속가능발전의 주류화'(2012, rio20회의)를 선언한 지 불과 10년 이내에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에너지 전환, 녹색경제, 생물다양성 등이 우리 모두가 평범하게 알고 지내는 트랜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였다.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로,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변화되는 우리의 인식이 바뀌고 대응력이 변화되었으며 정책적 결정도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탄소중립은 '지구 기온상승을 1.5°C 범위내로 제한하고자 합의된 국제사회의 약속'을 이행하고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후변화 완화 및 대응에 대한 노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는 일을 말한다. 각국의 정부는 넷제로(Net-Zero)를 지향하는 동시에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대비 이행 성과를 충실히 점검해야 하며 지역적 차원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대책마련을 통해 국가계획과 연동한 피해최소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ㆍ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기후정의'가 실현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이처럼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ㆍ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인간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 일에 사람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기업체의 역할이 지방자치단체에 오면 약화되는 경향성, 환경교육에 대한 공무원의 참여의지가 법률안에서 임의적으로 조정되는 문제, 녹색생활실천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교육과 보호의 대상자로 전락하는 과소 대표성의 문제 등 다양한 참여주체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더 나쁘게는 인력을 단순히 자원화하는 문제 또는 도구화하는 경향성도 있다. 사업의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을 도구화하고 그 도구의 최대치를 뽑아내 인력을 고갈시키는 문제,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기후변화는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며 2022년 최고의 트랜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검색한 인간의 행동이다.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현실사회에 유인할 것인가? 내년에는 4월 한 달로 끝나지 않는 지속적인 검색활동이, 모든 이들의 다차원적 활동인 온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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