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50억 위조수표 사건 공소사실 "부자연스럽다"

청주지방법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지방법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150억원대 위조수표를 행사한 혐의를 받는 희대의 사기꾼 장영자(78·여)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장씨가 지난 2017년 7월 10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호텔 VIP룸에서 모기업 대표 A씨에게 농산물 공급계약을 체결 선급금 명목으로 위조된 자기앞수표(이하 위조수표)를 행사했다고 봤다. 실제 장씨의 지인 B씨는 계약 이틀 후 A씨에게 선급금 명목으로 154억2천만원의 위조수표를 전달했다.

이에 장씨는 "위조된 수표인 줄 몰랐고, 선급금 명목으로 교부한 적도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위조수표가 A씨에게 전달된 것도 자신의 지시가 아닌, 지인 B씨의 독자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핵심인 농수산물공급 계약의 실체가 명확치 않다고 봤다. 그 근거는 ▷장씨와 A씨 사이 농산물공급계약서에 농산물 수량, 납품기한 등에 관한 기재가 없는 점 ▷구체적인 약정이 없었던 점 ▷대량의 농산물 유통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다는 정황도 없는 점 ▷2015년 이후 별다른 매출이 없는 A씨 업체가 150억원 규모의 농산물 납품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다.

장씨가 A씨 업체와 뜬금없이 대량의 농산물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나, 막연히 계약서를 쓰고 거액의 수표를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부자연스럽다'는 취지다.

고 판사는 "장씨가 이 사건 수표가 위조라는 것을 알았다면 즉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행사했을 것인데, 수개월 후 납품 받을 농산물 대금 지급 용도로 행사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사건 위조수표 행사로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1982년 자신의 세 번째 남편이자 중앙정보부 간부 이철희씨와 함께 벌인 금융사기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1992년 가석방됐다. 이후 그는 1994년 140억원대 어음사기로 다시 구속(1998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됐다. 2천년대에 들어서는 구권화폐사기사건 등으로 복역을 이어간 그는 지난 2022년 1월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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