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유치는 병원 입장에서 엄청난 적자사업입니다. 그럼에도 우린 반드시 해야 합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조실장의 이 한마디에는 의사로서, 충북북부권을 의료사각지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그간 북부권 의료현실을 외면해온 지자체와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섭섭함도 묻어 있었다.

지난 22일 충북 충주시에서 열린 '충북북부권 의료공백 해소 방안 토론회'에서 한 실장은 "분원 유치는 우리병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주 큰 사업"이라며 "벌써부터 직원들은 '나보고 충주가라는 거냐'며 불만을 이야기하고, 지금 집행부가 일을 벌여놓으면 다음 집행부가 이걸 어떻게 감당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있다"고 했다. 이어 "국고지원 정책이 축소된 상황에서 수천억 적자를 떠안으면서까지 충북대병원이 분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충북대병원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각종 의료관련 지표에서 최하위에 있는 충북의 의료생태계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분원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토론이 끝난 후 날선 질문들이 한 실장을 향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직원은 "분원유치를 하면 충주지역 기존 의료인들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한 실장은 "죄송하지만, 그 문제까지 충북대병원이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며 그간 지역의료에 손 놓고 있었던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물론 충북대병원 충주분원이 생기면,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을 찾는 환자들의 수는 줄 것이다. 그럼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다. 그러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서울로, 원주로 향하던 환자들은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충주의료원의 경영난은 충북대병원의 위탁운영 등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매년 수십억 적자를 기록하는 충주의료원의 역할을 충북대병원 분원으로 옮긴다면 세금도 아끼고 의료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

건국대병원은 이번 기회에 지역민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충북대병원 충주분원이 차질 없이 진행돼도 앞으로 7년 후에나 개원한다. 이 기간 확실한 재투자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 경쟁력을 갖춘다면, 환자들은 건국대병원을 택할 것이다.

신동빈 사회부 차장 
신동빈 사회부 차장 

치료하면 살 수 있는 병에 걸려도 사망하는 도시. 수십키로 차를 몰아야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충북북부권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고 우리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이 나섰다.

충북대병원 분원유치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충북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