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이 가정 안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면 사회는 아이들을 '보호'한다. 그 보호는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가정위탁과 같은 가정 외 보호 체계를 말하며, 만 18세 이상이 되어 보호가 종료된 아동은 연간 2천500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보호종료아동이란 법적 표현보다 '자립준비청년'이란 용어를 써서 능동적인 의미를 부각하고 있지만 이미 자립을 한 청년에게 '준비청년'이란 용어가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어찌 됐든, 이들은 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보다 일찍, 홀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는 만큼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 자립여건 조성을 위해 2021년 7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 지난 7월 충북아동자립지원센터의 문을 열었고, 10월에는 '충청북도 자립준비청년 등의 자립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충북 도내 자립준비청년은 2017년 116명, 2018년 115명, 2019년 101명, 2020년 98명, 2021년 89명이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지원되는 사업은 자립준비 프로그램(일상생활, 지역사회 자원 활용, 자기보호, 사회적 기술, 돈관리, 진로탐색, 직장생활, 다시 집 떠나기 등 8대 영역), 자립지원 계획 수립, 사후관리(보호 종료 후 5년), 자립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소득 지원으로는 자립수당(2023년부터 40만원씩 5년), 자립정착금(500~800만원), 디딤씨앗통장 등이 있다.

지원제도 중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주거지원 사업이다. 특히, 청년 전세임대주택(충북은 6천만 원 한도), 청년 매입임대주택 등의 LH주거복지사업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이 주택은 2년 단위 심사를 통해 6년에서 20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2023년 12월에는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희망디딤돌'센터가 청주시에 개원 예정이며, 현재 자립생활관 1개소가 있다.

위에 나열된 내용만으로는 자립 지원이 다양하게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원방안은 이전보다 촘촘해져 가고 있지만, 정책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지원제도는 있으나 모든 청년을 뒷받침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고 특히, 주거나 생계비 지원 외에 이들의 일상을 살펴 줄 사회적 지지체계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맞춤형 자립지원 방안'을 연구하면서 자립 청년들이 '불 꺼진 집에서 혼자임을 자각했을 때, 따듯한 한 끼 식사를 스스로 차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자립 후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연락할 곳이 없고, 요리를 못해 식사를 배달해 먹지만 그 또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 지속 되면서 청년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비교적 자립을 잘한 청년들은 살던 동네에 주거를 마련하고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불편해함)이 옆에서 지지해 줄 때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여전히 정책적으로 과제는 있다. 아르바이트로 일정 금액 이상 돈을 벌면 수급 기준에서 탈락하므로 생계급여 책정 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 기준이 조정되어야 하고, 자립정착금도 지역별로 편차가 발생하지 않게 표준화되어야 한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들의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켜 줄 심리정서적 지원이며, 자립을 돕는 서포터즈로서 자립 선배, 멘토, 공공후견인 등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보호가 종료된 청년의 행복한 자립을 위해서는 가정 외 보호 체계와 지방자치단체, 아동이 살아갈 지역사회 전체에서 지원하는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건 이런 지원은 한 번이 아니라 긴 호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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