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 33년 기술력·협업으로 비상'

편집자

기업 평균 수명이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 평균 수명이 1958년 기준 61년, 오는 2027년 12년 수준으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도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명정보기술은 올해 창립 33주년을 맞이했다. 독자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갖은 풍파를 이겨낸 명정보기술은 업계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이에 본보는 이명재 명정보기술 대표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업력은 그 기업 뿌리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1990년 창립한 명정보기술은 현재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탄탄한 뿌리를 내렸다. 최근 몇 년간 부침(浮沈)을 겪기도 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명재 대표는 "1990년 청주시 봉명동 작은 임대 건물에 총 3명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 현 오창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렸지만 지난 33년 기억은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최근 컴퓨터 관련 사업이 부진한 탓에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올해는 삼삼하게 재도약해보려 한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다시 한 번 발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 대표가 지난 33년간 이어온 회사 경영 소회를 말하고 있다./이성현
이명재 대표가 지난 33년간 이어온 회사 경영 소회를 말하고 있다./이성현

국내 최초 하드디스크 수리 및 데이터 복구 전문기업인 명정보기술은 창립 이후 지난 33년 간 '컴퓨터 종합병원'이라 불리며 관련 업계를 선도해 왔다. 명정보기술은 컴퓨터,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저장장치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해주는 업체다. 하루 평균 100건, 연간 2만건 이상, 누적 건수 50만건 이상 데이터 복원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포렌식 기술력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명정보기술은 국내 데이터복구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독도 헬기 및 창원 버스 추락 등 국내 대다수 재해재난 진상규명 과정에 참여해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CCTV 영상 데이터복구와 2014년 세월호 CCTV 영상 데이터복구에 성공하면서 명정보기술 데이터 복원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명정보기술이 33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경쟁력은 초격차 기술력이다. 데이터 복구 한길만 걸으면서 축적된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57년 충북 괴산 출신인 이명재 대표는 괴산중학교와 금오공고에 진학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육군 기술부사관과 세계 1위 하드디스크(HDD) 헤드 제조사에서 근무한 뒤 ㈜씨앤씨테크(현 명정보기술)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 데이터복구 시장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만 해도 정보통신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PC보급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수리나 데이터 복구를 하는 회사가 대한민국에서 우리밖에 없었다. 때문에 회사는 작았지만 독보적이었다. 매출도 매년 급성장했다. 그야말로 걱정이 없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늘어난 수요에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명정보기술은 2003년 오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표는 "임대 공장에서 자가 공장을 지어 오창으로 옮겼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로도 회사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때 임직원수 280명, 매출은 400억원에 육박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명재 대표는 자사가 33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보적 기술력이라고 말했다./이성현
이명재 대표는 자사가 33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보적 기술력이라고 말했다./이성현

2011년 7월 이명재 대표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당시 충북 기업인으로 최초였다.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기능인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1명씩 선정 포상하는 제도다.

이듬해에는 '올해의 무역인상'도 수상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보보호와 보안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 일본과 미국 기업에도 기술을 전파하는 등 '기술 강소기업'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 대표는 "명정보기술은 주력이 기술 서비스업이다 보니 일반 제조 기업들보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가 있다. 해외 시장 기술 수출에 눈을 돌린 이유다. 실제 한 해 2천500만불을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기술, 지식, 서비스를 수출해야 미래가 있다. 기술 수출은 명정보기술 숙원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수출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앞으로 더 키워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승승장구했던 명정보기술도 산업 사이클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2010년 정점을 찍었던 정보기술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최근 5년 새 매출과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다. 대기업에서 주는 일감도 크게 감소했다. 경쟁사의 증가로 기업간 경합은 더욱 치열해졌다. 게다가 기술까지 보편화되는 등 4중고를 겪어야 했다.

뼈를 깎는 체길 개선을 마무리한 명정보기술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 데이터는 제2의 석유로 불릴 정도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만큼 데이터 손실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최근 데이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위험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명정보기술이 지난 33년간 독보적 기술력으로 데이터 복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보안, 해킹, 랜섬웨어 등 데이터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해외 지사와 법인을 활용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1999년 창업한 명정보기술은 올해 창립 33주년을 맞이해 재도약에 나설 방침이다./이성현
1990년 창업한 명정보기술은 올해 창립 33주년을 맞이해 재도약에 나설 방침이다./이성현

특히 함께해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도 지금까지 묵묵히 달려와 준 직원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정말 고맙다. 빨리 회사가 안정을 찾으면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귀띔했다.

끝으로 그는 "기업은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간 도태되기 십상이다. 명정보기술은 지난 33년간 축적된 기술력 그리고 고객사와 협업으로 올해 비상의 날개를 펼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2023년이 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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