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이 지난 18일 국내 최초로 이색적 사회현상을 조사했다. 지난해 5월~12월 서울 거주 19~39세 5,221가구와 청년 5,513명을 대상으로 한 은둔생활 실태 온라인 파악이다. 결과는 예상외로 심각했다.

서울 청년 가운데 4.5%가 단절 생활을 하거나 외출한 지가 6개월이 넘었다. 서울 전체 청년에 적용하면 12만 9,천명이나, 전국에 적용하면 61만여 명에 이른다. 은둔생활의 계기는 '실직/취업 어려움(45.5%:중복응답)','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어려움(40.3%)'을 꼽았다.

은둔 생활자들은 성인 전에 '가족의 정서적 고통(62.1%)',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57.8%)','괴롭힘/따돌림(57.2%)'을 경험했다. 성인 후에는 '취업 실패(64.6%)', '원하는 직장에 미취업(60.7%)'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은둔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28.1%, '10년 이상'도 11.5%에 달했다. 55.7%가 은둔생활 탈피를 원했고. 43.0%는 탈피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은둔 생활자는 일본어로 '히키코모리'다. 반년 이상 집(방)에 틀어박혀 사회(가족)와 접촉을 극단적으로 피하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칭한다. 영어로 'shut-in, basement dweller'다. '방에 틀어박힌 자'. 국립국어원은 2008년 이를 '폐쇄은둔족(閉鎖隱遁族)'이라 정했다.

생활반경이 제로다. 왜 방이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가? 대면적 사회생활을 거부하며 사회적으로 외톨이가 되려 하는가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조사에서 보듯 성장기 때 경제적 고통을 받았거나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했다. 성인 이후에는 백수로 무위도식이 몸에 배거나 미스매치(mismatch)로 자신 삶을 무의미(무가치)하다고 단정,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이들은 누구와도 대면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대화 기피는 물론 심지어 식사를 함께하지 않고 자신 방에서 한다. 자신 방은 관계자(본인) 외 출입 금지, 'Staff only'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개인 질환이 아닌 사회병리 현상이다. 범죄로 이어져 사회 안전을 위협하거나 최악에는 사회적 타살인 고독사로 이어진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중독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아예 무시, 거부하는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된다.

은둔자를 위한 탈출구 마련은 국가(사회)의 책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얘기다. 국가가 그들을 방(집)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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