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평등한 삶' 보장 위해 관심·인식 개선 필요"

편집자

충북여성정책포럼은 전국 최초 민·관 여성정책제안기구로 출발해 성평등 정책 제안기구로서 충북 여성의 발전과 권익신장을 노력해왔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확장 뿐만 아니라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며 지역여성계와 연대한 성평등 문화확산 핵심 네트워크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여성계뿐만 아니라 학계와 복지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과 함께 지난 4년을 발맞춰 온 이순희 대표를 만나 여성부터 복지분야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점과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 인터뷰차 도착한 커피숍에는 이순희 대표가 복지계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친 후였다. 이들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순희 대표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헤어졌다. 거듭 아쉬움과 고마움을 담은 서로의 인사장면에는 이순희 대표가 걸어온 길과 삶의 태도가 단박에 나타났다.

"충북여성정책 포럼은 '여성의 정치세력화', '지역이슈에 대한 토론 및 정책제안과 모니터링', '지역사회 연대활동'에 집중해왔다. 20년동안 100건의 정책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방증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민선 8기에서는 도지사 공약 17개, 교육감 공약 5개를 제안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럼은 앞으로도 성평등정책을 발굴하고 정책실행여부를 모니터하는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충북여성정책포럼은 교육문화, 인권복지, 정치사회, 환경경제 4개분과에 13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매년 10대 뉴스를 선정·발표하며 토론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뉴스에는 스토킹부터 디지털 성범죄, 묻지마 폭행, 성폭력, 이대남(20대남자현상) 등 다양한 이슈가 꼽혀왔고 목소리 내왔다. 이순희 대표가 생각하는 성평등 사회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당장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확산된 인식이어야 한다. '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이란 책에 등장한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성·남성 차별문제, 취업기회, 연애·결혼 문제에 있어서 남성이 약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기성세대로서 꽤나 신선한 충격이자 인상깊은 통계였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조차도 성평등하지 않다. 여의사, 여교수, 여기자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한다. 용어를 평등하게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가 수반돼야 한다. 성별의 문제가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이순희 대표는 여성의 안전문제에 대해 실질적이고 명확하게 짚어냈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대해 그는 어떤 정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태원 참사뿐만 아니라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여성 1인가구가 40%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하다못해 산책로에 CCTV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면 여성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자동료들이나 젊은 후배들을 만나면 집앞에서 잠깐 보자고 해도 '밤엔 무서워서 안나간다'는 답을 많이 한다. 스토킹, 성희롱, 디지털 폭력 등의 근원은 안전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여성계에 몸담기 전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과 충북도보조기기센터장, 청주사회복지실천연대와 행동하는 복지연합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그가 생각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무엇일까.

"이 또한 인간이면 모두 동등하다는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 편견을 버리고 관심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인간은 도움없이 혼자서 잘 살 수는 없다.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지역사회에서 교육, 일자리, 취미 등을 위한 사회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장애인 돌봄을 가족에게 오롯이 전가시키는 것은 사회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시스템을 통한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노인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의 네 가지 고통을 '무위, 역할상실, 질병, 빈곤'으로 꼽는데 공동체 회복을 통한 건강한 노년을 지원하는 일로 '마을복지'를 꼽을 수 있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만 아프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노인들의 바람)를 외치는 것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잘 살다가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일 것이다. 산남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반상회'를 만들었다. 웬만한 민원은 해결이 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서로의 지킴이가 돼 주었다. '작은 관심'이 삶의 희망과 이유가 된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됐다."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대표직을 맡아온 4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은지

여성과 장애인·노인 복지를 제외한 이순희 대표의 개인의 삶이 궁금했다. 꾸준한 기고글에 책을 엮어내는 이 대표의 문화적 소양을 갖추게 하는 원동력이 궁금했다.

"최근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인 가네코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와 미국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자서전 '싸울 기회'를 인상깊게 읽었다. 특히 파산법과 관련된 강의와 파산과정에 있는 서민들을 보면서 거대금융자본에 대한 비판과 '서민금융지원'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최근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화 '영웅'을 보면서도 가슴 뭉클했다. 글을 쓸 때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리하며 성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필집을 발간했는데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좀 쉬면서 책도 영화도 많이 접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싶다. 어려운 분들을 도왔을 때 그분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도와줘요.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씀들이 삶의 나침반이 됐다. 자주 쓰는 말을 빌어 표현해보고 싶다. '덕분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약력

- 청주복지대상 수상
-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 충북여성재단 이사
- 청주복지재단 이사
- 충청북도의회 행동강령운영자문위원회 자문회의 위원장
-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자문위원
- 충청북도교육청 성평등위원회 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위원
- 청주시보육정책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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