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얼마 전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 'CES 2023'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Be in it'(빠져들라)였다. 주관사인 CTA(미국 소비자 기술협회)는 올해의 주제를 설명하면서 그냥 빠져들어 보라는 의미로 직접 와서 보고 즐길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던 2021년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던 2022년과 달리, 3년 만에 완전 대면 형식으로 개최된 'CES 2023'은 한층 더 진화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상했던 10만 명을 훌쩍 넘어서 11만5천 명 이상이 운집했다. 참가 기업 수는 174개국 총 3천200여 개로 1년 전 2천200개보다 1천 개 이상 늘어났다. 참가 기업 중 1천여 개는 CES에 처음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기업은 550여 개가 참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CTA가 매년 CES를 앞두고 내놓는 5대 기술 트렌드 전망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CES 2023'의 핵심 주제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특별 주제로 유엔(UN)의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 이니셔티브를 선정했다. 식량, 의료 접근성, 소득, 환경 보호, 개인 안전, 지역 사회 안보 문제 등을 부각시키는 글로벌 캠페인에 동참하는 테마였다.

새로 신설된 주제로 웹3.0과 메타버스가 포함됐다. '디지털 헬스' 분야가 신설되고 '헬스테크'가 5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주요 분야로 등장했다. 또한 3천200여 개 참가 기업 중 10%에 육박하는 300여 개가 자동차 관련 기업(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사)일 정도로 모빌리티 분야의 약진이 이어졌다.

국내 회계법인 삼정KPMG는 주요 트렌드로 모빌리티, 로보틱스·AI, 초연결 스마트홈, 메타버스·웹3.0, 디지털 헬스케어, ESG·그린테크, 스페이스테크(Space Tech), 푸드테크(Food Tech), 스타트업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벤처?창업기업들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벤처·창업기업 111개 사가 혁신상을 받으며 역대 최다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수상기업 중 82.8%에 해당하며 업력 7년 이내 스타트업이 91개 사(67.9%)에 이르렀다.

이러한 외견상의 성장에도 우리나라 혁신지수는 혁신 챔피언 24개국 안에 들지 못했다. CTA가 발표한 각국의 글로벌 혁신지수 순위에서 70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17개 분야 40개 지표로 구성된 혁신 스코어카드를 점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지난 몇 해 동안 이상주의적인 기술과 제품들이 전시되면서 일각에서는 혁신이 부족했다는 평도 있지만 기술 트렌드가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 겸 CEO는 '참가자 수부터 기조연설, 기자회견, 출시된 제품까지 성황리에 진행되어 전 세계에 대면 행사의 복귀를 본격 알렸다'면서 '이번에 제공된 혁신 기술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개선하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있도록 변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인간 안보와 인류의 위기 극복 기술로서 'HS4A 이니셔티브' 및 '지속가능성' 분야, 디지털 세상을 구현할 메타버스·웹3.0, 전기차·자율주행의 모빌리티 협업모델, 팬더믹 이후 관심이 커진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지금의 경기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게임체인저 출현이 예견된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최근 언어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광풍이 거세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는 표현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체감케 한다. 영역이 파괴되는 곳에서 창의적 상상력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기술적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