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는 전기, 가스 등 연료 물가 상승이 우리 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 검소한 남편은 실내 온도를 18~21도에 맞출 것을 권장하고 샤워시간도 줄이자고 했다. 가계 운영에 필요한 공공요금을 남편이 담당하기 때문에 그간 난방비 상승을 체감하지 못했고, 평소에도 절약을 강조하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친구들은 상황이 더 나빴다. 이달에 전기세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며 이 정도로 매달 지출이 된다면 연간 예산이 수천만 원이 넘게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지자체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내 친구가 운영하는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니 당장 지자체도 예산 마련이 고민될 듯싶다. 충북에 운영되는 사회보장 시설은 아동복지시설 235개소, 노인복지시설 645개소, 장애인복지시설 181개소, 어린이집 975개소 등으로 이용시설과 거주시설을 모두 포함하면 2,153개소에 달한다.

어렵더라도 조금 기다리면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지만, 예산 규모도 그렇고, 시간차도 크게 발생하여 녹록하지 않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가정과 마찬가지로 샤워 시간을 줄이거나 옷을 좀 더 껴입고 생활해야 할 테고, 제대로 지원이 될 때까지는 물가에 맞춰 식비 지출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곳도 부지기수라는 뉴스도 보도되고 있다.

결국, 난방비나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 상승으로 인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존에도 어려운 삶을 살았던 분들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빈곤층이나 몸이 아픈 분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분들에게 공공요금 인상은 삶의 질을 넘어 생사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니 이미 작년 3월부터 전기나 가스요금이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도시가스요금은 작년에만 4번이 올랐고 이번 겨울에 한파가 계속되자 난방 사용이 늘어 말 그대로 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미리 준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로 정부 예산은 전년 대비 2~3% 정도 오르는 데 비해 공공요금은 이 비율의 7~8배 정도가 올랐으니 그 격차가 크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시설은 이미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익숙하여 그 격차를 다른 노력으로 메꿔 왔으나 지금은 대부분 한계에 달했을 것이다.

그 다른 노력이란 것이 좀 가슴 아픈 것은, 예를 들어 직원이 그만두면 채용을 한 두 달 늦춰 이 예산을 전용하여 사업비에 활용하는 등의 방법이다. 실제로 내 경험이기도 해서 아직도 많은 현장이 이런 환경 속에 있음을 꼭 밝히고 싶다. 결국, 공석인 직원들의 업무는 다른 직원이 담당해야 하고 그렇게 사회복지사들이 소진되어 가는 부분도 있다.

지금 시행되는 지원 제도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가구 등은 최대 30%, 월 8천 원~2만 원 한도까지 전기료 감면 대상이 되고,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의한 사회복지시설도 20% 감면되고 있다. 납부가 어려운 경우 한시적으로 3개월 정도 전기요금 납부기한 연장도 가능하므로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복지할인 가구는 올해 1분기 요금인상 단가를 동결하고 에너지 바우처, 등유 바우처, 연탄 쿠폰 등도 확대 지급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도 월 30~1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시적 지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안정적인 추가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앞으로 난방비 부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난 사건이,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사회안전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입춘이 지난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까. 추위 속에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이웃이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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