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2월은 총회(總會)의 계절이다. 각 단체들마다 그해의 성과를 보고하고 다음 연도의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회원들에게 "이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묻는 절차를 진행한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한해의 성과를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는 가장 큰 잔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총회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매우 크다. 

간혹 총회는 5주년, 10주년 기념식과 같은 별도 행사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다. 단체들마다 한해의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고 나누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시간별로 장기간의 성과와 과제를 나누고 더 장기간의 미래비전을 세우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총회는 단지 1년의 성과 나눔이 아니라 10년, 20년의 장기비전을 세우고 공통의 목표를 단체 과제로 제시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말 그대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우는 셈이다. 단체의 성격에 맞게 

각 단체의 성격과 목적은 아마도 명칭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정관을 통해 세부적인 목적이나 활동내용이 적시되지만 그러한 활동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파생적 효과는 이름을 통해 반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등. 그리고 이러한 명칭들은 또 다시 누가, 어떤 형태로 참여해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나타낸다. '협의회', 연합', '포럼' 등등의 형태로. 

그러나 간혹 단체의 명칭만으로 활동목적이나 내용이 가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방의제21추진협의회,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같이 대중적이지 않은 목적성 사업을 민-관 협의체로 운영하는 조직체계의 경우 그 단체의 성격이나 활동내용이 공유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소비되는 경우도 있으며 간혹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느냐에 따라 단체의 활동방향이 변경되기 때문에 일관성있는 단체운영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것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목표재생, 공유과정을 통해 새로운 조직비전을 수립하고 단체운영의 방향을 회상하며 발판다지기를 시도한다. 더 쉽게 접근하고, 더 효과적인 활동내용을 보장하며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런 의미에서 지난 2월 중순 개최된 청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26주년 맞이 총회는 매우가 의미가 깊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92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세계 환경과 개발회의(UNCED)'에서 시작되어 2015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연결되는 글로벌 의제 추진기구이다. 충청북도는 1997년도에 지방의제21(Agenda21)로 '청풍명월21'을 기본계획하고 1999년도 '청풍명월21추진협의회'를 창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청주시는 이보다 먼저 지방의제21 추진기구를 설치하여 약 26년간 글로벌 의제 추진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1996년도에 창립된 '푸른청주21실천협의회'가 바로 현재 청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전신이자 초기 모델이다. 

2023년 현재 청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창립 26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회고하고 새로운 조직비전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회기념식을 통해 제시된 26년 후의 모습은 거창한 조직비전도, 과한 목표달성도 아닌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될, 아이'의 모습이 26년 후에도 유지될 수 있게, 그리고 그 미래는 더 밝고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모습이 미래에도 보여질 수 있게, 그렇게 소담하고 담백한 축사로 이어졌다. "이 아들이 26년 후에는 38살이 될 터인데 그 때에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세상이 될 수 있기를'이라는 소박한 말과 함께. 

한편으로는 협의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명칭을 재조명하는 강연을 통해 다자간 통치행위에 대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새롭게 인식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우리는 누구나 쉽게 거버넌스를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버넌스를 평이하게 정립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그 자체가 이미 민-관 협의를 요구하고 더 많은 참여주체가 협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협의회는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주체로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공통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사결정구조라는 거버너스의 기본적 개념은 당연히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기본전제이자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념정립을 통해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참여적이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의 목표달성을 위한 논의'과정을 거치는 단체라는 정체성이 확립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새로운 전개과정을 통해 재정립되는 모습은 그간의 조직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예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의 번영과 발전, 상생협력을 위해 애써온 단체의 노고는 쉽게 바라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강산도 변한다는 한세대, 30년, 지금은 세대의 개념이 10년으로 줄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그냥 웃으라고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거의 한세대, 사반세기를 걸어오면서 단체의 성격이나 목적은 그 시대에 맞게 변화 발전한다. 그러나 창립의 목적은 언제나 초심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름으로든 정관상의 경과조치로든. 그렇지만 당초의 목표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푸른청주를 만들기 위한 노고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한 지역사회의 참여가,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기억의 언저리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길 기대한다. 이러한 노고가 단지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참여활동의 단초가 되길 희망하며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