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영희 수필가

시, 수필 장르가 1인 1 책에서 제외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설마 괜한 소문이겠지 했는데 사실이었다. 여러 책을 찾아보았으나 시, 수필이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데는 없고 바뀐 이유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하긴 1인 1 책이 꼭 문학의 범주 내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신뢰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지난해 좀 부족해서 다음 해에 내라고 한 시, 수필을 쓰는 수강생에게 무어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뒤이어 청주시와 한국소설문학회에서 공동 공모하던 직지소설문학상도 없어진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여러 군데서 직지에 관한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가 엄혹하다. 위대한 직지의 역사가 축소되고 사라지는 것 같아 청주시민으로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직지는 1377년 백운 화상이 역대 불 조선사들의 주요 말씀을 초록한 것을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묘덕의 시주로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럽고 귀중한 역사적 유산이다. 직지의 중심 주제는 직지 심체로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청주시민이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문화민족임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우리 선조들의 위업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1인 1 책 사업을 시작하여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빛나는 역사에 기초한 유일무이한 청주시 만의 사업이라 다른 지자체에서 부러워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올해 구술 채록이 추가된 것은 잘한 일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식주 먼저 해결하느라 배움을 놓친 분들에겐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 사업은 1인 1 책 사업을 할 수 없는 타 지자체에서 벌써부터 하던 사업이다.

꼴랭 드 쁠랑시 초대 블란서대리공사가 가지고 가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우리의 직지 하권을 세계인에게 전시한다고 밝혔다. 4월 12일에서 7월 16일까지 인쇄술의 발전 역사와 성공의 열쇠를 추적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지의 대모 박병선 박사가 중국 고문서 더미에서 발견한 직지를 '세계 도서의 해'에 전시한 후 반세기만이다. 직지가 다시 빛을 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나 왜 우리의 직지를 그들이 좌지우지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온 인생을 직지 찾기와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인 박병선 박사도 편히 영면하시지 못할 것 같다.

튀르키예(터키)가 7.8의 대지진으로 인하여 벌써 사망자가 4만 명이 넘었다. 외신은 단 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건물 한 채도 무너지지 않은 지역을 대서특필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업자들의 협박과 위협에도 철옹성처럼 주민들을 대지진으로부터 지켜낸 비법은, 바로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은 에르진 시장의 강한 결단력 덕분이었다. 훌륭한 시민 지킴이 성과를 보여준 사례에 세계인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잉카족과 만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역사의 교훈이 있지 않은가. 시기마다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기획과 발전 방안이 실행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대개 개인적인 발상의 전환도 전문가나 관계자에게 널리 의견을 묻고 신중하게 발전 방안을 수립하는데, 소통을 추구하는 청주시정이니만치 1인 1 책도 심층 연구할 과제라고 본다.

이영희 수필가
이영희 수필가

평범한 민초들의 피나는 시간으로 빚어진 역사를 무시하는 민족의 미래는 없다.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대화한 결과이다."라고 했다. 유일무이한 1인 1 책 사업의 고유성을 살려서 확대 보급하고, 족보에 오른 집 나간 아이 찾아오듯 하루속히 본향 귀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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