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철이 들기 전 나에게 '고독'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주인공의 스산한 마음 같은, 어딘가 멋진 단어 같았다. 그래서 외로움과 고독은 다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다. 외로움과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버렸으니까. '고독하다'는 것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는 뜻이고 이렇게 혼자 죽어가는 것을 우리는 '고독사'로 부른다. 그렇게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2021년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2022년 첫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고독사 현황은 2021년 한 해 동안 3,378명이나 된다. 이 수치는 2017년 2,412명에서 40.0%나 증가한 것이다. 은퇴를 앞두거나 직후인 50~60대 중?노년층이 가장 많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4배 이상 많다. 다행히 충북은 고독사 감소지역으로 통계가 확인되지만, 2021년 93명으로 2017년~2021년까지 425명이 고독사로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 현황도 전국 평균은 6.6명이지만 충북은 5.8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독사에 대한 통계는 무연고사와 고독사를 다른 죽음으로 인식하고 기준을 나누고 있다. 즉, 사망 장소가 살던 곳이고, 시신을 가족이 인수하는 등의 경우는 고독사로 인정되지만, 사망 장소가 살던 곳이 아니고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무연고사로 처리된다는 것이다(KBS 뉴스 참고). 무연고사와 고독사는 똑같이 세상과 떨어져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간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통계의 해석은 정책 결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런 분리해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연고사와 고독사를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보다 통합적 개념 정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고립사'의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가족이나 이웃, 친척 등 주변과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것을 고립사로 정의하고 무연고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복지현장의 가장 큰 과제는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데 있다. 그래서 매년, 관련 조사도 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나 민간의 사회복지사들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행정을 펼쳐도 고독사는 증가하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이들을 찾아낼 수 있는 신호가 몇 가지 있어 정리해 보았다.

1인 가구이며 주변과 관계가 없고, 우편함에 우편물이나 전단이 쌓여 있고, 낮에도 불이 켜있거나, 혹은 저녁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으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노숙이나 여관 등 장기간 취약한 주거지에 사는 경우도, 빨래가 마른 상태로 며칠 동안 방치되어있는 것도 이상히 여겨야 한다. 그러면서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일 수 있다.

혹시 이웃이 보내는 이런 신호를 감지했다면 한 번은 행동해주시길 바란다. 읍면동 행복센터에 연락하거나 그것도 번거롭다면 129에 전화 한 통 넣어줘도 좋다. 그러니 4초만 다른 집의 우체통 옆 칸으로 시선을 옮겨보길 권하고, 윗집과 옆집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리는 그들이 살아있다는 이웃의 건강 신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 며칠을 텔레비전 소리만 난다면 그 또한 고립의 시작일 수도 있다.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2017~2021년의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은 16.5∼19.5%이며, 연령이 어릴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 중 자살 비중은 4.2~4.7% 정도인 것을 보면 고독사 중 자살 비중이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장소는 주택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확인되지만 19세 이하, 20대에서는 원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그러니 고독사 예방정책을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달리하고 자살예방정책 등 다른 정책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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