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우리는 일상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중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서부터 마음을 주고받는 이에 이르기까지 만남의 종류가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서로가 우연히 만나 인사했던 것을 구실로 한 번 만나 교섭을 한다면 이를 접촉接觸, contact이라고 말하는데, 사무적인 만남이나 불 특정인들의 단체여행 집단이 되어 서로 어울리는 것이 그렇고, 오일장에 가는 시골장꾼들이 만나서 그동안의 소식을 전하며 오가는 사귐도 그렇다.

접촉은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간에 서로 만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정이 들어 만나면 반갑고 못 보면 궁금해 하는 그런 사이가 된다. 할 일 없어 행사장이나 유세장으로 몰려다니는 이들도 그렇고, 등하교나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이들도 그렇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중에는 서로 정신적인 교감이 가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관계를 두고 사람들은 연결(連結 Connection)이라고 부른다.

연결은 접촉과 같이 서로 낯모르는 사람으로 만나 단계가 조금씩 상향 발전되어 마음이 열리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가족처럼 이심전심이 잘 되는 관계라 할 수 있겠다. 가족이라고 다 연결 관계라 할 수는 없겠지만,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그런 관계일 것이다.

연결은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서로 이어서 관계를 맺어 사이가 두터워지거나 깊어져 서로간의 거리가 가깝고 신뢰가 쌓여지는 단계로 생사고락도 같이 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그럴 수 있으리라.

연결 관계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가족관계가 요즘엔 많이 악화되어 접촉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서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러 가지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노부모나 형제자매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주간보호센터에 위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입원하는 순간부터 접촉을 떠나서 아예 남남처럼 관계가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라는 말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제한적이기도 하지만 정기적으로 가족들이 방문하여 평소의 가족나들이처럼 지낸다면 입원환자의 마음건강도 호전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모시기 불편하다고 위탁한 이들의 대부분은 친구들과 등산이나 낚시 가기가 쉽지 이런저런 핑계로 어떻게 해서든지 면회는 생략한다고 한다. 목을 길게 빼고서 면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를 제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들에게 있어서 노부모를 요양원에 위탁한 것은 연결 관계를 떠나는 부모님 장례를 치른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은 지나친 망상인가? 용서를 바란다.

자가에서나 떨어진 곳에서 요양생활을 하더라도 전화로 문안을 드리고 신체접촉이나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온 가족이 함께 가서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으면, 가족사진이라도 걸어둘 수 있으면, 손을 잡고 눈이라도 맞추면, 자주 통화라도 할 수 있으면, 바깥공기를 마셔보게 할 수 있으면 그가 누구든지 자기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마음속에 행복을 간직하고서 즐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혼자서도 길고 먼 여행을 편안하게 출발할 수 있으리라.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당신은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십니까? / 그분과 종종 대화를 하십니까? / 형제자매들과도 자주 만납니까? / 가족끼리 모일 때가 있습니까? / 부모님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까? / 부모님 외출 시 동반하십니까? / 친구들이 자주 놀러옵니까? / 자고서 갈 때도 있습니까?

슬픈 일을 당했을 때 곁에서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하나만 있어도 그는 인생을 참으로 잘 살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가 진정 연결의 친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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