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50대 초에서 중반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른 살에 골프를 시작한 이래 20여 년간 대부분의 주말을 골프로 보낸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산이 수없이 많은데도 가보지 못한 채 골프로만 세월 보내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그래서 《100 명산 수첩》이라는 책을 사서 하나하나 표시해가면서 탐방하기 시작했다. 산림청에서 정한 100대 명산을 기반으로 저자가 너덧 개 다른 산을 포함해 만든 책이다. 친구들을 초청해서 내가 운전하며 다녔다. 그때 구호가 '회갑 전에 끝내야지, 백대 명산'이었다. 그렇게 회갑 되기 며칠 전에 100대 명산을 다 돌았다. 그 다음은 《괴산 35 명산》이라는 책을 기반으로 2년간 괴산의 명산을 다 탐방했다. 이어서 이시종 전 충북지사께 건의해서 충청북도에서 출간한 《가고 싶은 산 충북 50》 책자를 따라 지난 연말까지 3년간 충북 50명산을 다 탐방했다.

새해 들어 새로운 산행목표가 필요하게 되었다. 올해 초 신년산행으로 속리산 천왕봉을 다녀오면서 친구들에게 제의했다, 다시 100대 명산을 탐방해 보자고. 이제 우리가 60대 중반에 이르렀으니, 다시 100대 명산을 오르며 70대를 준비해 보자고. 70이면 종심(從心)이라 했으니,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을 세월을 준비해 보자고. 앞으로도 20~30년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산에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구들 모두 찬성했다. 어떤 친구는 20년은 몰라도 30년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21세기 백 세 시대에 몸과 마음을 잘 다듬으면 30 산행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보자고 서로 격려했다. 이런 다짐으로 5년 내에 마칠 계획으로 100대 명산 탐방 시즌2를 시작했다.

그에 대한 준비로 내 차량도 6인승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으로 바꿨다. 탐방할 100대 명산 목록도 예전과 여남은 개 정도 다른 모 등산 용품회사의 백대 명산 목록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예전 100대 명산 목록에 없었던 산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계룡산 장군봉, 예산 가야산, 서울 수락산 등이 그것이다. 기왕에 탐방했던 백덕산 같은 경우는 코스를 달리해서 올랐다. 전에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사정상 미리 계획하지 못한 산행은 혼자 떠나기도 한다. 일전 어느 토요일은 새벽예배 다녀와서 계획에 없던 서울 수락산을 혼자 다녀왔다. 오송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전철로 등산로 입구까지 가서 정상에 올랐다. 2~3km 능선을 걸어 일종의 종주(縱走)를 하고 다른 전철역으로 하산해서 서울역으로 돌아와 다시 KTX로 귀청(歸淸)했다.

왜 산에 오르는가. 일전 수락산 산행 중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바위산을 오르면서 새삼스레 자문해 봤다. 에드먼드 힐러리 같은 사람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산에 간다고 했지만, 나로서는 첫째가 작은 성취감 때문이다. 소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기쁨이다. 둘째가 건강을 위함이다. 등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력이 강해지고 건강도 좋아진다. 셋째가 우정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자연 속을 함께 거닐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보면 저절로 우정이 쌓인다. 넷째가 자연과 하나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높이 700~1,천m의 산이 많은 나라가 흔치 않다.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며 일체가 되는 기쁨을 맛본다. 이런 등산의 기쁨은 직접 산에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맛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바울 사도는 성경 고린도후서에서 '겉사람은 날로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4:16)고 설파한 바 있다. 그렇다. 육신은 점점 낡아가지만, 정신은 날로 새로워져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실수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싶다. 육신 또한 강건하여야 할지니, 이를 위해 등산보다 더 좋은 운동은 흔치 않다. 산행 중에 품격을 지키기 위해 등산복이나 장비에도 신경을 써서 다른 산우(山友)들에게도 잘 보이려 노력한다. 늘어가는 주름에 옷차림마저 남루하면 결례일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한 100대 명산 시즌 2, 별일 없는 한 일 년 내내 주말에는 무조건 떠날 것이다. 가서 자연과 만나 자신을 가꾸고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도 키울 것이다. 그리고 100대 명산 시즌2가 끝나면 다시 시즌3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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