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누구나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성의가 담겨야 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도 반영되어야 한다. 선물에 주는 사람의 성의만 담기고 받는 사람의 마음이 반영되지 않게 되면 아무리 값비싼 선물을 주어도 받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반면 선물에 주는 사람의 성의가 담기고 받는 사람의 마음도 반영되게 되면 아무리 값싼 선물을 주어도 받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게 된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고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기도 한다. 최근에 만났던 K는 씁쓸한 선물을 받았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날 뜬금없이 네 자매 중 맏이인 언니가 가방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며 샘플 가방 사진을 찍어 단톡에 올렸단다. K는 가방이 요긴하지 않았지만 언니가 성의를 무시한다며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이 염려되고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까 두려워 망설이다가 "좋다"고 반응했단다. 곧바로 동생이 "나는 필요하지 않으니 사양할게"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단다. 자신의 마음보다 언니의 마음을 우선시해서 가방을 받기로 했던 K는 동생의 거절 의사 표현에 힘을 얻어 "나도 비슷한 가방이 여러 개가 있으니 마음으로만 받을게"라고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단다.

K는 예전에도 언니가 만들어준 유사한 가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이런저런 사유로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가방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K는 언니가 혹시나 오해하고 서운해할까봐 전화까지 해서 가방 받는 것을 사양한다는 의사를 정중하고 분명하게 전했단다. 유사한 가방이 여럿 있고 자주 애용할 것 같지도 않으니 가방을 만드는데 애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절의 뜻과 마음으로만 고맙게 받겠다는 의사를 재차 전했다고 했다.

며칠 뒤 언니가 만들어 보낸 가방이 택배로 도착했단다. 가방을 본 순간 고마운 마음 보다 불편한 감정이 확 올라왔다고 했다. K는 언니에게 가방이 긴요하지 않으니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까지 하며 간곡하게 부탁을 했는데도 자신의 말과 마음을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하고 씁쓸했다고 했다. K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언니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배려 받지 못했던 상황들이 연상되어 더욱 분노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다는 것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알게 되었다고도 했다.

K는 가방을 받은 직후 언니에게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상대방의 마음과 말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 처신을 각성시키고 싶은 마음, 향후에 이런 일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마음과 관계에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경계선을 분명하게 긋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방을 꺼내 사진을 찍어 자매 단톡방에 올렸다고 했다.

K는 가방을 사진까지 찍어 보낸 마음을 언니가 이해해주기는커녕 무안을 당했다는 수치심이 발현되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염려와 가방을 만들어준 언니의 마음을 생각해서 "가방 잘 들고 다닐게. 고마워"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바로 언니에게 "그래 알았다. 지금 운전 중"이란 짧은 답장이 왔고, 무덤덤하고 성의 없는 답장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언니는 매번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용무가 끝나거나, 자신의 처지가 민망하고 무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전화가 온다. 누가 왔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그럴 때 마다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했다고 했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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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에게 심리학자인 우르술라 누버의 말을 전하며 공감을 표했다. "누군가 나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할 때 나는 내 편이 될 권리가 있다. 나는 나의 입장을 솔직하게 높일 권리가 있다. 내가 너무 양보하고 친절하게만 굴면 다른 사람이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아니요'라고 거절할 권리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정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접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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