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새벽 미사를 보려고 집을 나섰다. 싱그러운 공기가 볼을 스친다. 동사무소 옆에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완공이 될 때까지 바라만 봐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성당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던 강서2동에 신도시가 생겼다.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병원과 한의원이 가까이 있으니 건강지킴이를 둔 셈이고. 마트와 축산물센터가 가까이 있으니 필요한 것을 사는 것 또한 불편함이 없다.

먹거리 골목에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한식과 중식집이 있으니 손님이 와도 걱정이 없다. 찻집과 빵집도 생겼다. 도회지가 된 것이 틀림없다.

교통이 아주 불편해서 아이들 통학 버스를 태우기 위하여 새벽밥을 짓고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를 태워 보냈다. 하교 후 거리에서 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웠던가. 그런데 강서2동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비닐하우스를 짓고 채소를 가꾸고 여름이면 수박 농사를 지어 학비 조달을 했다. 아들딸들을 위해 터전을 지키며 농업을 천직으로 허리가 휘도록 열심히 살았다.

온갖 혐오시설은 다 떠밀려와 도살장과 우시장 쓰레기 매립장이며 환경 사업소등 까치 내 합수머리까지 강서 2동은 청주 시에서 가장 작은 동이었다.

문암생태 공원이 조성 되고, 하상도로에 산책로가 생겼다.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입주가 시작되니 1만3천세대가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내곡 초등학교는 폐교 직전이었으나 테크노 단지에 신축을 하고 학생 수가 늘어나 분교를 새로 지을 터 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다. 객지로 떠났던 자식들이 어버이를 모시고 살겠다고 고향으로 돌아와 새집을 짓기 시작 한다.

즐거운 비명이다. 희망 넘치는 강서2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몇 십 년을 농협만 거래 했던 곳에 새마을 금고와 신 협이 생겨 예금이자도 경쟁이 붙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서비스가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논밭전지를 돌아보던 곳이 이처럼 변하다니 어르신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차곡차곡 모아둔 재산을 아들딸들에게 나누워 주고 효도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고생 끝에 낙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몸을 도끼삼아 농사짓는데 쓰다 보니 허리와 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매일 정형외과와 한의원에 출근 도장을 찍는 노인들이 많다. 이것이 현실인 것을 순리로 받아 드려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다.

뒤늦게 이런 행운이 찾아온 것 또한 기쁘지 않은가. 오랫동안 사용한 육신이 망가지는 것을 무엇으로 막으리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순리로 받아 드릴 수밖에 없지 않는가.

밤이면 가로등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오색의 간판 불이 번쩍거린다. 고층 아파트의 사람 사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바라보는 신도시가 그저 신비하기만 하다.

사방이 꽃밭처럼 불빛이 찬란하다. 서로 이어지는 차들이 물꼬에 송사리 떼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무심천은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속살거리고 있을 뿐이다.

생태계가 파괴되어 거리로 내몰린 고라니가 낯이고 밤이고 무심천 변을 서성거리고 온갖 잡새들이 생태 공원과 철길을 따라 새둥지를 찾고 있다.

철커덕 거리며 기차는 요란하게 기적을 울리며 달려간다. 까치 내 가는 길은 변함이 없건만 허허로운 들판이 신도시로 변한 지금 밤이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되어간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그러나 날이 밝으면 벌건 알몸을 드러낸 산천에 포크레이가 토지를 다듬기시작 한다. 소음과 흙먼지를 휘날리며 덤프트럭이 들락거리고 먼지를 잠재우기 위하여 물을 뿌리는 차가 바쁘게 돌아다닌다. 공사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강서 2동은 자고나면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

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피땀 흘리며 자식농사 짓느라 애썼으니 그동안 누리지 못한 문화적인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평화가 넘치는 강서2동에 曙光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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