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질기고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담쟁이 넝굴처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한사람의 감정이 모두에게 전염되고 / 한사람의 삶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절대로 자기 혼자만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 흔들리는 바다위에 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같은 운명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작은 공동체//

때론 몸은 떨어져 살 수 있지만 / 아무리 먼 곳이라도 마음으로 연결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질긴 인연이기에/ 미운 감정일랑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보내고 / 싫은 감정일랑 흘러가는 강물에 띄워 보내며/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삶.//

이 노래는 오래전에 읽었던 <가족이란 이름>의 민경희님의 글이다. 지금다시 입가에 음미해보고 읊조려볼수록 왠지 자꾸만 가슴에 저미어 옴을 금할 수 없다.

5월! 담장너머로 살며시 불러오는 바람결에 묻어 날리는 라일락 내음새가 아름다운 봄의 찬미를 느낄뿐만 아니라 나아가 작은 꽃들의 향기로움이 우리의 지친마음을 즐겁게 하다못해 행복하게까지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행복은 한 계절이, 한 나무의 화사한 꽃들이 가져다 주는 순간의 행복에 불과 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여정에 긴 인생의 동반자로서 쉼없는 행복 나눔의 소중한 장(場)이 있다. 그곳에는 끊임없는 서로를 재발견하는 열정이 있고 또한 서로의 아픔을 고백하고 나누며 때로는 함께 있어도 가끔은 외로운 서로를 보듬어 주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모진세파에 시달려 위축되어 어깨가 작아질 때 토닥여 주어 자신감을 일깨워 꿈을 함께 이루어 가는 이 작은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란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편하고 익숙해서 이러한 보물의 가치를 잊고 살아갈때가 참으로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손을 떠나지 않는 것이 우리 가족의 사랑이다.

얼마전 친구들의 모임이 있어 참석하였다가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다름아닌 그 친구는 모 단체에서 실시한 아버지 학교를 우연히 입학하여 정규과정을 마치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나이도 많고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에 감에 따라 주위분들과 자연스럽게 친해 졌으며 조원끼리 하나 되어 함께 생활 할 수 있었다며 문제는 과제였는데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좋은 점 20가지를 써보라고 했을 때 자기는 대여섯가지 쓰고 나니 더 이상 쓸것이 없음을 알고 그동안 아내에게 얼마나 무관심하였는지 지금까지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왔던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다고 하였다고 하며 얼굴에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 친구의 이야기는 바로 내 이기야기구나 하며 부끄러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찍이 미국 네브라수카 주립대학 스네티드 교수는 건강한 가정은 첫째는 가족서로가 고마움을 말이나 행동으로 자주 표시하는 감사하는 가정이요, 둘째는 개인보다 가족전체의 유익과 명예를 위해 헌신하는 가정이요, 셋째는 가족간의 끊임없는 대화로 교제하는 가정이요, 넷째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가정이요, 다섯째는 정신적 건강을 갖는 가정이요, 여섯째는 극복의 능력을 가진 가정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세상사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가장 가까운 가정에서부터 사랑의 꽃이 피어 나아갈 때 우리사회은 5월의 햇살만큼이나 따사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보는 '가장 소중한 그 이름은 가족이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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