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은 법주사 전경
보은 법주사 전경

통행세 징수 논란을 빚은 전통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가 62년 만에 폐지됐다.전국 70개 사찰에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는 절을 찾지 않는 등산객에게까지 징수해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계종 소속 사찰 64곳 등 전국 65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가 이달 4일 폐지돼 무료 입장으로 전환됐다.민간 등이 국가 지정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대신 수입을 보전해 주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조치다.

문화재청은 지난 4일 오전 조계종 5교구 본사인 충북 보은 법주사 일주문에서 '문화재 관람료 감면 시행 기념 행사'를 열었다.조계종은 사찰 입구에 '불교 유산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갑니다' 등 무료 개방을 알리는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이날 법주사를 찾은 등산객들은 "통행료 부담이 없어져 산행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며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환영했다.법주사 입구 사내리 주민들은 "방문객이 늘어 식당 등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반겼다.문화재청은 앞서 1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과 산하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지원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관람료 매표소'는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변경해 사찰 문화재를 소개하고 안전하게 관람하는 역할을 제공한다.

조계종은 1962년부터 국보 등 국가 지정 문화재를 소유한 자가 문화재를 공개할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찰 관람료를 징수했다.하지만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된 뒤에도 '문화재 보호 관리에 필요하다"며 통행세 성격인 문화재 관람료를 계속해서 받아 등산객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2021년 국정 감사에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대 파장이 일었다.불교계가 강하게 반발했으나 정 의원이 사과하고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앞장서면서 수그러들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5곳, 강원권 7곳, 충청권 9곳, 경상권 24곳, 전라권 20곳이 문화재 관람료를 없앴다.충북은 법주사와 영국사 등 2곳, 충남은 마곡사 갑사 동학사 신원사 무량사 관촉사 수덕사 등 7곳이다.보은군은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자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오는 10월까지 주말 숲속 버스킹과 세조길 걷기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시·도 문화재를 보유한 충남 고란사, 경남 보리암, 전북 백련사, 경북 희방사, 인천 보문사는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문화재 관람료 징수로 전통 불교 문화가 일정 부분 국민 곁에서 멀어졌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늦었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계기로 종교를 떠나 언제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온 국민 휴식처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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