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지속가능발전법」은 유독 부침이 심한 법령이다. 2007년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기본법」(법률 제8612호)이 제정될 당시 이 법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이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과 그 이행계획의 수립·추진, 지속가능발전지표의 운용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경제성장·사회통합·환경보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하여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것임"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지속가능발전법」으로 법률적 지위가 변하면서 동 법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하위법으로서만 기능하게 된다. 법 제정 후 3년만의 일이다.

비록 3년의 기간이었지만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지속가능발전의 목적과 원칙, 정의, 기본전략, 이행계획의 추진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의 큰 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리고 법 개정 후 12년이 지난 2022년 1월, 다시 「지속가능발전기본법」(법률 제18708호, 제정 2022. 1. 4. 시행 2022. 7. 5,)이 제정됨에 따라 기존 「지속가능발전법」은 폐지되는 수순을 밟는다. 법 제정 15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기본조례 제정이 남아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자치법규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지방의회의 심의·의결과정을 거쳐 공표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주민발의, 행정발의, 의원발의 등을 통해 제·개정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이 조례안에 반영될 수 있다. 예컨대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환경교육법)」은 학생에 대한 학교환경교육은 의무조항으로, 공무원 등에 대한 사회환경교육은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강원도는 「강원도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도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매년 4시간 이상의 환경교육 실시'와 '사업자환경교육활성화'를 의무화하여 법률보다 더 강하게 환경교육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의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을 통해 '산업의 녹색전환 지원, 탄소중립 도민추진단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전라남도는 '기후대응기금의 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에 있어 임의조항을 "① 도지사는 도의 특성에 따른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기후대응기금을 설치ㆍ운용한다."는 문구로 수정하여 기후위기 대응기금 마련의 행정적 대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야기하였다. 이는 물론 법령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 위임사무가 아니거나 임의조항을 강제조항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수정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법률적, 행정적 구속력이 강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의 권리적 측면도 강화되어 민과 관이 공동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합치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 부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특성이 조례에 반영되기란 쉽지 않다. 충청북도의 경우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및 환경교육법의 전부개정과정에서 지역조례를 제·개정하여 「충청북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조례」와 「충청북도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조례」를 마련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은 결국 조례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또한 현재 입법예고 중인 「충청북도 지속가능발전 기본조례」는 법에서 지방자치단체 위임사무로 정한 8개 항목(지속가능발전 지방기본전략, 추진계획의 수립ㆍ이행, 추진상황의 점검, 법령 제ㆍ개정에 따른 통보, 지속가능발전지표 및 지속가능성 평가, 지속가능발전 보고서, 지속가능발전 지방위원회의 구성,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교육ㆍ홍보)에 대한 사항만을 담고 있어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여타의 지자체가 조례의 목적과 정의, 원칙 등을 통해 지역에서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지사의 책무와 광역자치단체로서 시·군의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또한 지난 「지속가능발전기본법」 하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나타낸 지방 지속가능발전협의회(구 지방의제21 추진기구)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새로운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협력 등에 관한 사항에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명시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법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면서 과거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지 못할 때 법을 보면 그 궤적을 통해 우리의 나아갈 바가 선명히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 법의 제정과 개정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지방이슈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목표로 '지역주도 균형발전, 혁신성장기반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마련, 지역 스스로 고유한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약속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빠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미 수년전에 국제사회가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국내이행, 그리고 지역적 차원의 전략마련, 협력과 숙의 공론화를 통해 확산되는 지방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 의지가 조례로써 강화되고 행정력으로 이행 약속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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