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익명의 독지가가 전달한 전통시장상품권
익명의 독지가가 전달한 전통시장상품권

인정이 메마르고 취약계층의 삶이 팍팍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들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원하는 독지가들이 있어 훈훈하게 한다.

충청권에서는 최근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감동적인 소식들이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진천군 이월면행정복지센터(면장 김광진)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후원자가 방문해 동전이 가득 든 페트병 3개를 전달하고 사라져 화제가 됐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이름을 묻는 직원에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페트병에는 100원과 500원 등 동전이 가득 담겨 있었고, 메모나 편지는 따로 없었다.

아산시 온양3동에는 지난해까지 얼굴 없는 천사가 4년 연속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힘들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위해 기부합니다'라는 손 글씨가 적힌 흰 봉투에 후원금을 넣어 전달했다.

이 후원자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선행을 이어오면서 2021년부터는 매주 1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천안시 직산읍에도 지난 3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어린이날을 기념해 직산읍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50만원의 온정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영동군 영동읍 맞춤형복지팀을 찾아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원을 기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도움은 받아봤지만 도움을 준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자신도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에)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익명의 독지가는 지난 26일 청주시 흥덕구 (재)우민재단을 방문해 11남매 다둥이 가정에 3년간 지원금을 후원하기로 했다.

다둥이 가정은 앞서 지난 12일자 본보에 소개됐다.

기초 생활 수급자인 가장 정재욱 씨는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전국 각지 공사장에서 전기 포설 작업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자녀가 많다보니 하루 소비되는 쌀만 6㎏에 육박하고 학원비는 매월 100만 원이 넘게 필요하다.

게다가 아이들이 커가며 옷, 신발 등 구입비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독지가의 후원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우민재단도 독지가의 후원에 동참했다.

독지가와 우민재단은 앞으로 3년간 다둥이네에 매월 60만 원씩 지원하다.

익명의 독지가는 "신문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11남매 소식을 접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주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뜻있게 돈을 쓸 줄도 안다. 이들의 선행이 일으킨 불씨가 확대돼 주변을 배려하는 기부자들이 우리 지역사회에서 연이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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