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추가 발생 無·조기종식초기 강력 방역대응 '성공'

편집자

4년4개월만에 발생한 국내 구제역이 15일 종식됐다. 37일만이다.

이번 구제역은 지난달 10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농가에서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청주시 북이면과 오창읍, 증평군 도안면 등 11개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에 잇따라 확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국내 구제역 종식선언과 함께, 구제역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수준인 '심각'에서 가장 낮은 '관심'으로 하향했다.

37일간 구제역과 '뜨거운 사투'를 벌여온 충북도 동물방역과 구제역방역팀 수의직 공무원들을 만나 그간 대응과정을 들어봤다.

 

구제역과 37일간 사투를 벌여 조기 종식을 이끌어낸 충북도 동물방역과 구제역방역팀. 왼쪽부터 지용현 동물방역과장, 안양수 주무관, 신다혜 주무관, 변정운 팀장. / 김미정
구제역과 37일간 사투를 벌여 조기 종식을 이끌어낸 충북도 동물방역과 구제역방역팀. 왼쪽부터 지용현 동물방역과장, 안양수 주무관, 신다혜 주무관, 변정운 팀장.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이번 구제역은 9일동안 11건이 발생했다. 즉 9일만에 추가 확산이 없었다. 발생 초기부터 철저하고 체계적인 방역대응을 했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 베테랑 수의직들이 있다.

충북도 동물방역과에는 수의사 면허를 보유한 수의직 공무원 13명이 있다. 구제역방역팀은 모두 수의직으로 지용현 과장은 33년차, 변정운 팀장은 28년차, 안양수 6급 주무관은 22년차, 신다혜 7급 주무관은 5년차다.

◆빠른 종식 일등공신은

구제역방역팀은 조기 종식의 일등공신으로 긴급 백신접종 실시, 소독 총력전, 현장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등을 꼽았다.

충북도 동물방역과 회의테이블에 구제역 발생 일지, 구제역 방역상황 일보, 가축질병 현장조치 매뉴얼,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지침 등의 파일이 놓여있다. / 김미정
충북도 동물방역과 회의테이블에 구제역 발생 일지, 구제역 방역상황 일보, 가축질병 현장조치 매뉴얼,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지침 등의 파일이 놓여있다. / 김미정

도는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긴급 백신접종을 5개 시·군(청주·증평·보은·진천·괴산)에 대해 5월14일까지, 나머지 6개 시·군에 대해 5월20일까지 마쳤다. 이로써 도내 소, 염소, 돼지 총 81만 마리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차단방역을 위해 도내 전역에 매일 소독차량 120대(임차차량 포함)를 동원해 축산농가 주변 소독을 실시했다.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구제역이 발생해서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발생 9일만에 위기대응단계를 '심각'으로 올려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빠른 시일 내 종식됐다고 생각해요. '심각'으로 상향하고 같은날 민선 8기 도지사 특별지시 제1호가 발령됐는데 그 이후엔 추가 발생이 없었어요."(지용현)

"백신접종을 도내 전체에 완료했고 항체형성기간(14일)에는 소독을 열심히한 게 조기 종식을 이끈 건 같아요."(변정운)

"행정기관-동물위생시험소-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유관기관의 4박자가 잘 맞았어요. 도는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했고 청주시, 증평군도 역할을 원활히 수행했어요. 여기에 임상검사를 맡은 동물위생시험소, 시료채취와 채혈을 담당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충북도본부, 현장 방역을 맡은 축협 등 유관기관 등이 잘 대응해줬어요."(안양수)

"방역대응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어요. 동물위생시험소 수의직 공무원들, 시·군 공무원들, 현장에서 방역지원해주신 분들이 고생하신 덕분에 구제역이 빨리 끝날 수 있었습니다."(신다혜)

차량통제, 거점소독소 등 방역차단 자원봉사에 여성단체협의회,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등 217명이 힘을 보탰다.

◆새벽 퇴근에 지치고 농가에 치이고

구제역과 사투를 벌인 37일동안은 휴일없이, 밤낮없이 일했다. 지난달 초과근무 200시간을 찍었다. 정규 근무시간이 월 160시간인데 두배 넘게 근무한 셈이다. 매일 오후 5시 충북도 방역대책본부 회의, 매주 화·금요일 오전 10시반 농림축산식품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등이 이어졌다.

"구제역 터지고 나서 매일 출근했어요. 검사결과가 늦게 나오는 날엔 새벽 2시반에 퇴근했어요. 잠이 부족해서 점심끼니를 패스하고 잠깐 눈을 붙이기도 했죠. 해야 할 방역조치가 많으니까 힘들었어요."(신다혜)

김영환 충북지사가 5월20일 구제역 임상검사를 담당하는 충북도동물위생시험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충북도
김영환 충북지사가 5월20일 구제역 임상검사를 담당하는 충북도동물위생시험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충북도

살처분 매몰, 우제류 이동제한명령 등 행정조치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과 반발도 감수해야 했다.

"살처분을 거부하는 농가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아요. 증평의 한 농가는 김희식 부군수가 12시간 설득한 끝에 새벽에 타결되기도 했어요."(지용현)

"괴산군 방역대 내에 새끼돼지를 생산하는 양돈농가가 있었는데 SOP(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생축 이동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주 단위 1천500두 새끼를 생산하는데 분양을 못하다 보니 4천500두까지 늘어난 거예요. 돼지들이 포개져서 자는 상황까지 간거죠. 조건부로 정밀검사를 진행해 다른 농장으로 이동할 길을 마련해준 일이 기억에 남아요."(안양수)

◆막대한 사회적 비용경각심 가져야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최소 130억원대로 추산된다. 농가 보상비용에 60억원, 살처분 매몰비용 20억원, 백신접종 비용 14억원, 소독 등 방역비용에 국비 8억원과 지방비 30억원 등이 투입됐다. 한우와 염소 1천571마리가 살처분됐다.

구제역 살처분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구제역 살처분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에 250개 축산농가가 있는데 9개 농가만 감염되고 240개 농가는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백신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준 계기가 됐어요."(변정운)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 쉽게 잊어버리는데 앞으로 축산농가에서 백신접종을 소홀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구제역은 막을 수 있습니다."(안양수)

◆구제역은____다.

구제역은 피할 수 없는 가축질병이지만 예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단어에 빗댄 구제역에 대해선 '댐' 같은 존재이지만 '선택'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충북도 동물방역과 구제역방역팀 수의직 공무원들이 구제역 상황회의를 하고 있다. 지용현 과장을 중심으로 매일 회의를 갖고 방역대응조치를 논의했다. / 김미정
충북도 동물방역과 구제역방역팀 수의직 공무원들이 구제역 상황회의를 하고 있다. 지용현 과장을 중심으로 매일 회의를 갖고 방역대응조치를 논의했다. / 김미정

"구제역은 '댐'이다. 작은 틈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댐처럼, 방역에 소홀하면 구제역이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하니까."(지용현)

"구제역은 '기차'다. 정해진 시간에 백신접종을 해야 하고 그 시간을 놓치면 줄줄이 구제역에 걸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따르기 때문."(안양수)

"구제역은 '선택'이다. 백신접종으로 감염과 비감염을 선택할 수 있어요."(변정운)

"'예방'이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준수해 접종한다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니까."(신다혜)    
 

#2023년 구제역 발생 일지

5월 10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농가서 의심신고 접수

5월 11일 3곳 확진. 4년4개월만에 국내 구제역 발생

5월 12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농가 확진

5월 13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농가 확진

5월 15일 증평군 도안면 한우농가 확진

5월 16일 청주시 오창읍 한우농가 확진

5월 17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염소농가, 증평 도안면 한우농가 확진

5월 19일 청주시 북이면 한우농가 확진

6월 15일 구제역 종식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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