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안대영 산남고 수석교사

2023년, 챗GPT가 한 해를 여는 키워드 같았다. 그래서 올해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학 과제 탐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챗GPT에 대해 언론에서의 시시때때로의 언급과 사회적인 요구가 내 수업을 인공지능으로 이끌었다. 수학 과제 탐구 시간에 자신의 관심 영역과 수학을 연계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관심 분야의 주제를 파악하고 질문한다. 처음 질문은 해당 분야의 겉핥기 수준이지만 질문하기가 거듭될수록 창의적이거나 심오한 내용의 질문 수준으로 발전한다. 좋은 질문을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이 교실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제시한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확인하고 재구성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과제를 정리한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정답을 뛰어넘는 결과를 스스로 도출하면서 학생들도 새로운 방식의 학습에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생활 속으로 스마트폰처럼 자연스럽게 파급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찰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파업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은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이 융합되어 인공지능을 소유한 로봇과 함께 생존해야 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개발자가 가지는 사고방식에 따라 결과물인 인공지능의 성향이 결정된다. 현재까지 인공지능 개발에는 서양인들이 비교적 많이 참여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소 이분법적이지만,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은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동양의 사고방식이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반면, 서양의 사고방식은 절대적이고 정적이다. 동양인은 자기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상대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서양인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자아 개발을 중요시한다. 동양이 자연스러운 흐름과 감성적인 표현을 중요시하는 반면 서양은 형식화된 규칙과 분석적인 접근을 중요시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인공지능의 성향이 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에 대한 학습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안대영 산남고 수석교사
안대영 산남고 수석교사

결국 인공지능도 나와 함께 살아갈 하나의 존재로 정의한다면 '타인과의 관계'를 이루어가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들은 그동안 새로운 존재인 스마트폰과 잘 살아왔다. 이제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춘 인공지능과 잘 지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훈련이 인공지능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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