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박은주 음성고 수석교사

수신제가(修身齊家)는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다'는 의미의 성어로 익히 알고 있다. 나에게 수신제가란 '수석과 신규가 제대로 아름다운' 교육 활동을 하기 위해 만나는 학교 간 학습 공동체의 이름이다. 2022년 처음으로 수석 교사가 되어 신규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모임을 만들고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했다. 교사가 먼저 수양해야 교육 활동에 정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고 올해도 학교 간 학습 공동체 명으로 계속 쓰고 있다. '수신제가'는 음성과 진천, 괴산증평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신청한 선생님들이 함께 만나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며 동반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

첫 만남인 4월, 교직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어떤 신규 선생님은 '이런 자리가 너무 필요했어요'라고 울먹이며 그동안 있었던 업무의 어려움,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바빠서 혹은 어색해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나누었고,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모인 선생님들은 공감하고 격려하며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았다. 물론 어려움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겠지만 그렇게 위로받았고 힘을 내어 다시금 학교에서 선생님의 자리에 섰을 것이다.

5월에는 '교육과정'에 대해 함께 공부하겠다고 모인 선생님들이 23분이셨다. 퇴근 이후임에도 스스로 찾아온 선생님들은 자신의 교수학습 방법에 대해 성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방법을 모색했다. 각자 교과의 목표를 재정립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 고민하는 점, 좋은 수업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슷한 경력의 교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모임이 끝난 후 어떤 선생님은 '교과에 대해 오랜만에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요. 함께 수업 고민을 하니 좋았어요.'라며 늦은 시간인데도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에는 생활 지도를 주제로 모임을 하겠다고 공지했고, 신청 인원을 넘어 신청하지 못하신 분들도 오셨다. 5월 모임의 좋았던 기억들이 주변 선생님들께도 전달된 모양이다.

박은주 음성고 수석교사
박은주 음성고 수석교사

비슷한 처지의 선생님들이 함께 학교 생활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 즐겁다. 바쁜 학교 생활에서도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모임을 찾아 오시는 선생님들은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하신 것이고 이미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자질이 충분하다. 이렇게 함께 성장하고자 열망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지만 희망은 함께 하면 배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수신제가' 모임을 통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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