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옥천 소재 충북도립대. / 충북도립대
충북 옥천 소재 충북도립대. / 충북도립대

'코드인사' 논란에도 김영환 충북지사가 30년 지기 김용수 서울산업진흥원 전 상임이사에게 4일 충북도립대학교 총장 임용장을 수여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김 총장에 대해 "중앙부처와 경제계에 많은 인맥을 가진 도립대 혁신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웠지만 지역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의 정치 이력이 오히려 대학 총장 자리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충북과 연고가 없는 김 총장은 15∼17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 선거구의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김 지사의 천거로 지난해 11월 도립대 총장 후보로 나섰다가 1차 공모에서 탈락했고, 이후 재공모를 통해 1순위 후보자로 추천되는 등 인선 과정에서 '패자 부활전'이라는 뒷말이 많았다.

게다가 교육 경력은 세명대 초빙교수 1년과 카이스트 초빙교수 3년 정도다.

도립대를 바로 세울 경영 능력을 갖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도립대 총장 임기는 4년이지만, 1961년생인 김 총장은 2026년 2월 말 65세 정년을 맞는다.

실제 재임할 수 있는 기간이 2년 8개월이라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현재 도립대는 경영상황과 교육지표 등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업률은 전국 7개 도립대 중 6위, 충북 도내 7개 전문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30세 이상 성인 학습자 비율이 재학생 3명 중 1명 꼴로 갓 고교를 졸업한 20대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중앙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지자체 지원 사업 참여도 하위권 수준이다.

교육부의 '전국 도립대학 재정 지원 사업 현황'(2021년)에서 중앙정부사업 10건(26억7천만 원), 지자체사업 12건(3억5천만 원) 등 22건 (30억3천만 원)만 따내면서 전국 도립대 평균 21건(4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충북도가 도립대에 지출한 예산은 2020년 168억 원, 2021년 144억 원, 2022년 132억 원, 2023년 109억 원이다.

하지만 오는 9월 문을 여는 도립대 학생생활관은 예산을 낭비한 사업이라는 비난을 샀다.

총 사업비 381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1층으로 설계된 학생 생활관은 2인1실 198실 규모로 396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기존 기숙사 263명을 포함하면 모두 659명이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를 조사한 결과 230여 명만이 입실을 희망했다.

수용 인원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빈 기숙사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이날 입학, 취업이라는 단기과제부터 대학통합이라는 중기과제까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의 위기상황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도립대가 충북의 '계륵'이 되지 않도록 김 총장이 결과로써 능력을 입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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