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부지 활용 저온저장고 구축… 농가 소득증대 실현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괴산 감물중 폐교.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괴산 감물중 폐교.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이번에 찾은 충북의 폐교는 괴산군 감물면 광전리 112에 위치한 감물중학교 폐교다. 청주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소득증대시설 및 주민 교육·문화·복지사업의 장으로, 흙사랑 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윤영우)이 활용하고 있다.

첫번째 찾았던 청주 문의초등학교 회서분교가 생각보다 오지에 위치했던 탓인지 감물중 페교로 향하는 길도 혹시나 비포장 도로는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괴산 감물의 중앙에 위치했던 터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감물중은 지난 1986년 3월 설립인가를 받아 그해 6월 22일 개교하고 3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2013년 3월 문을 닫았다.

2010년 10월 학생수 60명 이하인 감물중과 목도중, 장연중을 통합해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하기로 확정한 뒤 2011년 12월에 착공해 2013년 3월에 기숙형 중학교인 오성중학교가 문을 열었다. 충북에서 기숙형 중학교로는 보은 속리산중학교에 이어 두번째다.

흙사랑 영농조합이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감물중 폐교 입구.
흙사랑 영농조합이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감물중 폐교 입구.

감물중이 문 닫은 이후 6개월 뒤인 9월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이 지역주민의 소득사업으로 이곳을 활용하기 위해 임대를 시작했다.

사람, 자연, 지역과 더불어 사는 유기농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01년 모임을 결성해 2013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같은해 '2013년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충북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이 감물중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저장고를 들여놓을 만큼의 공간도 부족했고 작업장 크기도 협소했지만 총 면적 3천평의 감물중을 임대해 들어오면서 운동장을 활용해 저온저장고 130평 1동, 40평 1동, 냉동저장고 110평 1동을 비롯해 60평과 140평의 공동작업장 2동, 가공공장 100평 1동 등 6개의 저장고와 작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감물중 폐교를 활용하고 있는 흙사랑 영농조합 대회의실
감물중 폐교를 활용하고 있는 흙사랑 영농조합 대회의실

폐교 건물에는 직원들을 위한 식당, 조리체험실, 체험숙소, 회의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흙사랑이 감물중 폐교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귀농 20년차인 윤영우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첫째는 폐교가 지역주민을 위해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며 "둘째는 넓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임대료도 저렴하게 책정돼 필요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감물면 74개 농가가 흙사랑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5만평의 면적에서 친환경 유기농 감자, 옥수수, 브로콜리, 고추, 양배추, 표고 등 40여개 품목을 재배하고 있다.


윤 대표는 "협동생산체제로 흙사랑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량 입고해 저장고에 넣었다가 여러 거래처로 소포장해 배송하는 시스템"이라며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지역환경 보전과 주민복지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폐교를 활용한 좋은점에 대해 물었다.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윤 대표는 "3천평의 넓은 부지에 저장고를 설치하고 저렴한 가격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며 "폐교는 방치되면 흉물인데 이런 곳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5월과 10월에는 브로콜리, 양배추, 양상추, 콜리플라워, 적양배추 등 양채류, 6월 이후에는 수미감자, 7월 이후에는 대학찰옥수수, 10월에는 건고추, 11월에는 괴산의 자랑인 절임배추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삶은찰옥수수와 양배추액, 표고 등은 연중 작업하고 있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6월에서 7월입니다. 지금 흙사랑 직원은 26명인데 바쁜 시기에는 조합원들 중 시간이 되는 분들을 일용직으로 채용해 서로 윈윈하고 있습니다."

한참 바쁠시기에는 지역주민 40~50명이 일손을 돕고 있어 일자리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중인 흙사랑은 26명의 직원 중 고령, 여성, 다문화가정의 직원을 절반 이상 채용해 함께하고 있다.

농산물 자체를 유통하기도 하지만 양배추액과 레토르트 처리한 바로먹는 초당옥수수 등은 이곳에서 가공해 판매한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한살림, 학교급식, 농협 하나로 마트 등에 납품된다.

윤 대표는 "감물에는 22개 부락, 2천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흙사랑 조합원은 130~140명이고 일용직으로 일하는 분까지 따지면 200여명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윤영우 대표이사

윤 대표는 "시골의 학교는 그 마을의 중심이고 초등학교, 중학교는 1개씩 있지만 고등학교가 있는 면은 거의 없다"며 "현재 조합원 중에 감물중 1회 졸업생도 있고 총동문회원도 있다"며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시골의 폐교들을 잘 활용하게 신경써주는 충북도교육청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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