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출근 전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걸으면 영혼이 맑아진다고들 한다. 걷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생각이 정리되는 듯하여 실제로 기분이 좋아진다. 걸으면서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사색한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단풍 등 계절마다 눈으로 즐기는 맛은 산책에 따라오는 덤이다.

여름이다. 사실 여름은 산책하기에 좋은 계절은 아니다. 한참 동안 장마였다가 강렬한 태양과 더위가 세상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와 우산을 쓰고 걸을 때도 있지만 산책을 위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산책하기에는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 겨울 산책에는 귀마개와 장갑이 필수다. 걸음걸이를 빠르게 하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몸이 훈훈해지고 추위를 잊고 정신은 맑아진다.

어쩌다 퇴근길에 학교 담장 밖 마을을 지나 충주천 갓길을 따라 더 멀리 걸을 때도 있다. 충주천 갓길을 걷다 보면 새와 물고기들을 만난다. 언젠가는 물속에 관심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한참이나 들여다봤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물속을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만날 수 없었다. 왜 물고기가 안 보이지? 먹이 잡을 일이 없어 고즈넉이 물을 거닐고 있는 두루미가 할 일 없어 보인다. 점심 먹으러 온 것일 텐데 끼닛거리를 못 찾은 것이다. '분명 그놈은 충주천 물고기 맛을 본 적이 있으니 찾았을 것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물고기를 하천에 풀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말라가는 이 상황에 물고기가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상류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은 없을까?'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교정 여기저기에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연꽃 공원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교정 산책은 나의 큰 즐거움이다. 점심 식사 후 연꽃 공원을 끼고 학교 담장을 따라 걷는다. 학교 옆 연꽃 공원은 연못 한 가운데로 십자형의 길이 나 있고 원두막이 있어 학생들도 삼삼오오 깔깔대며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만난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좋다. 빡빡한 교실에서 잔뜩 긴장하고 수업을 듣는 모습과 이곳에서의 학생들의 모습은 느낌이 다르다. 길에서 걷다가, 햇살과 바람 곁에서 환하게 웃는 학생들의 모습을 마주치니 그럴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연꽃 공원을 걷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원래 걷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 않다. 수업 시간에 여유가 되면 학생들에게도 산책의 경험을 하도록 해야겠다.

산책하며 사색하며 웃으며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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