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오랜만에 미국 보스턴을 열흘간 다녀왔다. 지난 1년간 수행한 라이온스 지구당선총재들의 훈련 과정인 당선총재 세미나 그룹리더 역할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였다. 이어서 국제라이온스협회 제105차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보스턴은 35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이웃의 선배 가족들과 미국 최북단 메인 주에 다녀오는 길에 처음 방문한 이래, 아들·딸이 모두 부근에서 유학한 덕에 몇 번 더 가볼 기회가 있었다. 이번은 거의 14년 만의 재방문이었다. 일종의 추억여행이 되어서 보스턴 필, 보스턴 미술관, 보스턴 캄몬, 보스턴 하버 등을 둘러보는 기회도 되었다.

머무는 동안 공감한 것 하나가 미국인들이 삶을 즐길 줄 안다는 점이다. 주말에 뉴욕 사는 딸네 가족이 올라와 같이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보스턴 하버(Boston Harbor)를 돌아 숙소까지 3km 정도를 걸었다. 하버 쪽이나 우리 숙소가 있는 씨포트(Seaport) 쪽의 이름 있는 식당과 술집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미국에서 처음 보는 화끈한 주말 저녁 분위기였다. 코로나가 지나간 탓인지는 몰라도 삼삼오오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거리를 메우고 유명한 식당은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풍경에 더해, 씨포트 부근의 야외 맥주집에서는 커다란 텐트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이 웃고 떠들며 즐기는 모습이 살아 있음을 실감케 했다. 정말 멋지게 주말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20년 가까이 미국에 살고 있는 딸 내외도 자기들이 살고 있는 뉴욕에서도 흔지 않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한다. 나는 거기에서 삶의 에너지와 열정을 엿보았다. 저런 게 바탕이 되어서 세상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함께 모여 즐기며 정열을 발산하는 것. 열심히 일한 뒤 멋지게 즐길 것! 나도 주말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산으로 간다. 한 주간 일터와 주변에서 열심을 다해 섬기다가 자연과 함께 숨쉬며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과 건강을 챙기기 위함이다. 겨울에는 눈 덮인 산야를 스키로 달린다. 봄부터 초겨울까지는 주 1회 정도 골프장을 찾아 지인들과 교제하며 샷을 날리고 걷는다. 방식은 다르지만, 저들의 열정이 이해됐다. 나도 그렇게 즐겁게 살고 있다네, 미국인들이여.

아직도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저들의 팁 문화다. 내 30대 때는 식당에 가면 10% 내외의 팁을 주는 게 관례였고, 그것도 손님이 임의로 주고 말고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청구서 밑 칸에 세 개의 팁 칸이 있다. 최하 18%에서 시작해 20%와 최고 22%다. 이렇게 강요되는 팁 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어렵다. 그래서 한두 번은 팁이 필요 없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먹기도 했다. 식당뿐 아니다. 택시를 타도 요금 이외에 같은 비율의 팁을 주어야 한다. 그러니 자연 팁을 따로 주지 않는 우버(uber) 택시가 유행이다. 나도 이번에 몇 년 만에 유버 택시를 몇 번 탔다. 물건을 사면 주(州)마다 다른 비율의 거래세(sales tax) 붙는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나라에 비해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내 나라가 살기 좋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에 갔다가 아주 열심히 섬기는 직원에게는 그 정성이 고마워서 1~2만원의 팁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분들의 열심에 대한 진정한 고마움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미국처럼 강요되는 게 아니다. 알려진 바로는 식당 등의 팁은 직원들의 급여가 그것을 전제로 정해지기 때문에 당연히 주는 것이 그들의 문화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열심히 섬기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줘야 한다는 것이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아내는 봉급생활자로 뉴욕의 맨해턴에 사는 딸 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걱정한다. 딸의 말에 의하면 자기들도 비싸서 밖에 나가 식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사다가 집에서 해 먹는다고 한다. 공감이 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오랜만에 방문한 보스턴에서 인생을 즐기며 사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공감했다. 내가 슬로건 삼고 있는 것이 '섬기자! 나누자! 즐기자!' 인데, 저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열심히 섬기고 나누며 즐겁게 살자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동시에 팁 걱정 없이 사는 내 나라가 고마웠다. 그래서 돌아온 다음 날 같은 교회 교우 몇 분과 저녁식사 후 밥값을 치루면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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