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대청소를 했다. 아니 '했다'기 보다는 '하게' 되었다. 내 의지의 소산이 아니라 상황이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조짐이 보이기는 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유투브 영상을 소개받고 미니멀리스트의 일상에 대한 소소한 재미를 듣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그 시작은 미니멀 라이프에서 너무 먼 양-말에서 시작되었다.

양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치워도 치워도 나오느니 양말이요 버려도 버려도 나오는 게 양말이었다. 긴 양말, 짧은 양말, 중간목 양말, 덧버선 까지. 그리고 레이스 달린 양말, 조임없는 양말, 투명양말, 털양말 등등, 그 재질과 모양, 기능, 역할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양말들이 튀어나왔다. 속옷정리함을 두 칸으로 채워도 모자라는 정리함이라니, 그래서 그 시작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양말을 잘 정리하기 위한 소품함을 사는 데에서 시작된다.

정리함 하나, 정리함 두울, 정리함 세엣….그렇게 정리함을 사기 시작했고 그 정리함을 쓰기 위해 청소 아닌 청소를 하게 되었다. 누군들 그 정리가 집안을 다 헝클어버리고 쓰레기 아닌 쓰레기가 100리터를 넘어 다섯 봉지의 거대한 폐기물로 배출될 것을 상상이나 했으랴..아마도 우리의 삶이 이러하리라.

정리한 쓰레기를 모아보니 옷이 한 더미요, 플라스틱과 종이류가 각각 한 봉투 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은 다들 아시는 것과 같이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물건이요 가장 자주 버려지는 물건이다. 2021년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폐기물발생및처리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량은 생활폐기물 기준 16,751,314.6톤으로 일 평균 45,894톤이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국민 일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평균 445,72g으로 분석된다(환경부,「전국폐기물통계조사」, 2021, 2023.07.24, 도시규모별 재활용가능자원 분리배출현황). 이중 '재활용 가능자원 분리배출'은 총 4127950.4톤/년으로 전체 생활폐기물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이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비닐류, 발포수지류, pet병 등을 포함한 폐합성수지류이다. 기실 종이팩을 포함한 폐지류의 무게가 1,261,669.3톤임을 감안하면 1,159,209.5톤에 달하는 플라스틱(폐합성수지류)은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폐기물이 될 것이다. 무게는 가벼우나 부피가 큰 것이기에 가정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만만찮은 비용이 지출된다. 이들을 담을 수 있는 큰 재활용봉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또 다른 비닐봉투를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얼마 전에는 '우주서도 보이는 거대한 옷 무덤'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대 의류 폐기물 매립지로 알려진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 우주에서도 관측되었다는 것이다. 매년 1㎜ 남짓의 비가 내리지만 일부 지역에는 500년이 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지구상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꼽히는 아타카마 사막이 지금은 재활용되지 않은 옷을 버리는 쓰레기장으로 더 유명해졌다. 각국에서 버려진 의류 폐기물이 모여 거대한 '옷 쓰레기 산'을 만든 결과다.

양말도 옷에 포함되리라. 그리고 매년 사들이는 옷도 얼마못가 의류 폐기물에 포함되고야 말리라. 버려지는 것은 버리는 것 만큼 힘든 과정을 거친다.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를 고르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은 몸과 마음 뿐 아니라 정신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결과 버려지는 것들은 물질이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어느 만큼의 흔적을 남기게 되리라. 결국 인간이 소비하고 생산한 것은 이 지구상에서 지울 수 없는 발자국을 남긴다.

나의 탄소발자국.

내가 버린 옷과 신발, 양말들. 그리고 음식물을 싸고 보호했던 플라스틱과 비닐, 유용한 정보들을 줬던 종이들은 어느 샌가 그 쓰임새를 다한다. 그러면 어떻게 소비하고 어떻게 버려야 할까.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양말을 정리하기 위해 정리함을 구입하고 구입한 정리함을 활용하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집안을 청소한 결과 남겨진 물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못쓰게 된' 쓰레기가 아니라 '안 쓰게 된' 물건들이었다. 쓰레기가 '불필요하거나 쓸모가 없어서 버려야 될 것'을 총칭하는 말이라면 지금 우리 곁에는 못쓰게 된 쓰레기가 아니라 '내' 불필요한 쓰레기가 난무하고 있지는 않을까?

버려지는 버려지는 것 대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버려지는 것을 만드는 우리의 행위는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참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질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