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선생님의 죽음과 자폐 아동을 키우는 유명인 학부모의 이슈를 보면서 마음이 심란하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순서가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먼저 살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서다. 그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이슈가 개인의 문제로만 소비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일을 진짜 책임져야 할 곳은 어디일까.

사회적 약자 지원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사회복지 현장도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 '최일선'은 어떤 일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맨 앞에 있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옹호를 위한 최일선에 선 사람들이다.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맨 앞이 아니라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도 같다.

대상자 입장이야 최일선이 사회복지사겠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최일선은 우리를 고용한 국가여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런 일들에 속상하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최일선의 사회복지 현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리고 하루빨리 대안이 서도록 하는 건 언제부턴가 나의 중요한 사명이 되고 있다(물론, 이건 스스로 부여한 것이다).

교육과 돌봄의 기능이 혼재하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24시간 일상까지 책임지는 사회복지시설이 겪는 문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사회복지시설 평가를 위해 방문했던 아동시설의 가장 큰 어려움 역시 장애아동, 경계선 지능아동, 정신질환 관련 약물복용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 문제였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자 최근 사회복지시설도 기존의 기준대로는 돌봄과 일상지원이 힘들어지면서 정원을 조정하거나 종사자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비단, 아동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월 18일, 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가 주관한 포럼에서 토론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해보니 한 시설에 30세대가 생활하는데 원장을 포함한 5명의 인력만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 역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부모, 발달 장애 부모,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아이의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가족 등이 대부분이었다. 집집마다 가진 다양한 사례와 수많은 일을 5명이 감당한다는 건 시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부지침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어 시설 종사자 인력 기준이 변경될 예정이다.

시설에 거주하는 이들 외에도 평소 학습이나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평균 이하(지능지수 71~84)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이들은 전 국민의 14%, 728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금 느리더라도 사회가 돕는다면 기꺼이 자신들의 몫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사회는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폭력적 성향이라도 보인다면 더더욱 자립은 어려워진다.

학교나 시설,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려면 어느 조직이든, 어떤 공동체든 이들을 돕는 다양한 전문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행동중재 전문가가 학교나 시설에 배치되어 아이들을 도울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캐나다나 독일 등 장애인 및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지원에 앞선 나라들은 학교나 시설에서 한 사람의 교사나 사회복지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문제행동이 나타났을 때 즉시, 사회복지사와 특수교육 전문가, 전문상담가, 보조교사, 학생을 돕는 도우미,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함께 움직이고 개입하도록 한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누군가의 희생으로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땜질하는 일시적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사회적응이 어렵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도 사회복지사 개인에게만 책임이 지워질까 염려스럽다. 학교와 사회복지현장 모두 운영의 주체가 국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디에나, 장애인이 다니는 어느 곳에서나 그들의 문제행동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기다려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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