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물고기 '코이'를 아시나요? 작은 어항 속에서 10cm인 물고기 코이는 강물에선 1m가 넘게 자라납니다."

지난 6월 14일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장애인을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 물고기에 비유한 연설이 끝나자 고성이 오가던 국회 본회의장은 감동의 우렁찬 기립박수 소리로 가득 찼고, 김예지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언급한 물고기 코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이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성장하는 물고기로 환경에 따라 자라는 크기가 다르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기르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인 것이다.

코이는 성장 억제 호르몬 분비가 가능해서 물의 양, 깊이를 체크한 뒤 거기에 알맞게 자신의 몸 크기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이가 자라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 또한 주변 환경과 의지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게 '코이의 법칙'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관리해 조그만 원 속에 넣어두면 아이들은 그 원만큼만 자란다. 반대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큰 원을 그려주면 그 속에서 활달하게 성장할 것이다. 대어는 바로 이 원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큰 연못을 만들어 주면 크게 자랄 것이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주면 작게 자랄 것이다.

'코이의 법칙'은 자녀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 그저 순응하며 좁은 어항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아이들은 아무리 90∼120cm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국 5cm의 피라미 정도 밖에 자라나지 않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다들 저마다의 능력과 꿈이 다르고 인생의 지향점도 다르다. 그런데도 부모는 아이들을 어항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대어가 될 수 있도록 부모의 틀에 가두지 말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안목을 갖추어야한다.

부모는 자기의 자녀가 누구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았으면 하는 마음에 자꾸만 날개를 키워간다. 그런데 정작 날개의 주인은 날 생각이 없고 부모의 기대, 희망, 허영심 같은 것들이 날개를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잘 날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날겠다는 의지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지배하려는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자녀의 행복을 빼앗고,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받는 자녀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외국의 어느 학자가 한국의 어머니들을 보고 "자녀를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어머니들이지만, 반대로 자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한국의 어머니들이다"라고 했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과잉기대가 결국 아이들의 장래를 그르치게 만든다. 진짜 자식을 위한 사랑은 자식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부모의 족쇄'라고 부른다. 아기 코끼리가 족쇄를 풀어줘도?그 둘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교육이란 어린 나뭇가지를 전지가위로 마구 잘라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는 것이 아니라 거름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어 자유롭게 가지를 뻗으며 스스로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부모는 조급해 말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나 기대가 지나치면 자녀를 바로 보지 못하게 되고, 자녀를 바로 보지 못하게 되면 적성이 무시되고 만다. 의사가 될 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의사가 되라고 한다든가, 예능에 소질이 없는데 예술가가 되라고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정신적인 부담만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100%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처한 환경으로 인해 10%의 능력도 발휘해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일은 자녀의 가슴에 황금씨앗 같은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시절의 꿈은 그 인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더욱 영향력이 있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큰 숲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더욱 커졌다'는 말이 있다. 꿈꾸는 사람과 함께하면 꿈이 생겨난다고 한다. 어떤 크기의 꿈을 어떻게 꾸느냐에 따라 인생의 크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이 꿈을 품은 곳은 어항 속이 아니라 넓은 바다 속이다. 어항에서 5∼8cm인 코이가 강물에서는 120㎝까지 자라듯이, 우리 아이들이 큰 연못에서 마음껏 큰 꿈을 키우며 활달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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